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JV)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고 공식 출범한다. 합작법인이 100% 보유한 지마켓(G마켓∙옥션)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우수 판매자(셀러), 정보기술력을 결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쿠팡 중심의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판매자, 해외 진출 기회 커진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은 JV 구성 및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양측은 지난해 5대 5로 출자해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고 지마켓, 알리익스프레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기업결합을 심사해 이날 조건부로 승인했다. 각 플랫폼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 한해 상대방의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건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셀러들이 체감하는 혜택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 진출해 해외 소비자 데이터를 풍부하게 확보한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셀러들이 해외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마켓에 등록된 약 60만 셀러들은 연내 2000만 개의 상품을 해외 고객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첫 진출 지역은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다. K팝, K푸드, K뷰티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와 선호도가 높은 국가들부터 진출해 성과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기로 온라인 해외 역직구 시장이 성장세인 점도 합작법인에 유리하다. 지난해 온라인 역직구 수출액은 지난해 29억 달러로 3년 전보다 약 10억 달러 더 늘었다.
알리·G마켓·옥션 다합쳐도 쿠팡의 절반
관건은 국내 온라인 거래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해외 직구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에 대해 소비자가 선택하면 상대방의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내 온라인 거래에서는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확보한 데이터를 융합해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다. G마켓 고객들은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인 쇼핑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24시간 맞춤형 상품 및 혜택 추천과 상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합작법인이 쿠팡,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형성된 국내 e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현재 e커머스 시장이 굉장히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두 사업자로 시장 점유율이 몰리고 있다”며 “온라인 해외직구 외의 시장에서 잠재적으로 유력한 경쟁사업자들이 출현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얼마나 소비자를 더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20만 명이다. G마켓(668만 명), 옥션(266만 명)과 단순 합산해도 쿠팡(3422만 명)에 못 미친다. 국내 소비자의 상당수가 중국 기업에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에 대해 불신이 큰 점도 숙제다. 시정조치가 적용되는 3년간 플랫폼 간에 통합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소로 손꼽힌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K뷰티 등 한국 제품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해외 구매자들이 한국 사이트에 들어와 구입하는 역직구 수요를 노린 결합인데 그 수요가 얼마나 될 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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