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임금 교섭을 매듭 짓지 못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사측에 정년 연장과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23일 오후 2시 경기 광명 소하리공장에서 2025년 임금인상 단체교섭 6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에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450%+1600만 원 성과금(재래상품권 20만 원 포함) 지급을 제시했다.이와 별도로 △정년연장 관련 법 개정시 세부사항 노사간 협의 △베테랑 1년차 고용지원수당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인상 △일반직·오토컨설턴트 특근수당 1% 인상 등을 함께 내놨다.
그러나 노조 측은 ‘임금과 성과금만 부각 시킨 것’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모든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는 안이 나와야 단체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다”며 “차기 교섭에서 요구안에 대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포함한 끝장투쟁으로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만 64세로 정년 연장 △주 4일제 도입 △미래 자동차산업 관련 국내공장 전개 △통상임금 특별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19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91.9%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교섭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기아 노사가 6차례 진행한 본교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완성차 업계는 파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005380) 노사는 진통 끝에 지난 17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달 3~5일 사측을 상대로 부분 파업을 벌이면서 7년 연속 ‘무분규 기록’은 무산됐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003620) 노사는 이에 앞서 올해 무분규로 임금 교섭을 마쳤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월 기본급 10만 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450%+1580만 원, 주식 3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각종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명절 지원금, 여름 휴가비, 연구능률향상 수당 등을 포함하는 방안과 국내 공장에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차세대 파워트레인 핵심부품 생산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정년 연장은 현재 촉탁제도(정년퇴직 후 1+1년 고용)를 유지하면서 향후 관련 법 개정에 대비해 노사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국GM 노사가 도출한 ‘2025년 임금 교섭’ 잠정합의안도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23일 최종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가운데 6508명이 투표에 참여해 4430명(찬성률 66.5%)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했다.
이번 합의안에는 △기본급 인상 9만 5000원 △타결 일시금 및 2024년 경영성과급 1750만 원 지급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20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지급 △각종 수당 인상 등이 담겼다. 한국GM 노사는 5월 2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달 18일 잠정합의안 도출까지 19차례의 교섭을 가졌다. 노조는 이달 22~23일 이틀에 걸쳐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반면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기아와 마찬가지로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는 아직 잠정 합의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추석 연휴 전에 임단협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모비스 사측은 노조에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400%+1550만 원+주식 17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섭을 중단한 바 있다. 노조는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