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에 혹이 발견되면 대부분 바늘로 찌르는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내 연구진이 빛과 초음파를 결합해 이러한 조직검사 없이 갑상선암을 더 정확하게 판별하는 새로운 영상 시스템을 개발했다.
포스텍은 김철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와 임동준·이재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박별리 성균관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성과를 거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 진단은 초음파 검사를 먼저 시행한 뒤 악성이 의심되는 결절에 발견되면 바늘을 이용해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음파만으로는 양성과 악성을 구별하는 정확도가 낮아서 실제로는 암이 아닌 결절도 불필요하게 조직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환자는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의료진은 진단 정확성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된다.
연구팀은 ‘광초음파 영상(PAI)’ 기술을 개발해 왔다. 악성 결절은 대사 활동이 활발해 산소 포화도가 낮은데 이 점에 착안해 레이저를 쬐었을 때 적혈구가 내는 미세한 초음파 신호로 혈액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양성 또는 악성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법만으로는 갑상선암의 다양한 유형을 판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갑상선 유두암 환자 45명, 여포성 종양 환자 32명, 양성 결절 환자 29명 등 총 106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들의 광초음파 영상에서 산소포화도, 분포의 비대칭도(왜도), 스펙트럼 기울기 등 다양한 매개변수를 추출하고, 이를 머신러닝(AI) 기법으로 분석해 새로운 진단 체계인 ATAP 점수를 고안했다.
연구 결과 악성 결절을 찾아내는 민감도는 97%로 매우 높게 유지됐다. 동시에 양성 결절을 불필요한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이도는 38%로 기존의 초음파 진단(17%)보다 두 배 이상 향상됐다. 이는 불필요한 검사를 줄여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광초음파와 초음파를 결합해 기존에는 진단이 어려웠던 여포성 종양까지 포함해 악성을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