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관리하는 국유지의 70% 이상이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유지 상당수는 주민들이 불법으로 경작하거나 점유하고 있으나 관리·감독은 부실했고, 이에 따라 부과된 변상금도 수년째 1300억원 이상 걷히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캠코에 국유지 관리 권한을 위탁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캠코 측은 무단점유 조사권한에 한계가 있고, 징수 우선권 근거 법령이 없어 납부 압박 실효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실이 캠코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캠코가 관리 중인 국유지 중 대부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토지가 348㎢에 달한다. 전체 보유 국유지 면적의 약 71%로 서울시 면적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대부 계약이란 국유지를 일정 기간 빌려 쓰는 계약을 뜻한다. 쉽게 말해 정부 땅을 빌려 농사짓거나 건물을 지을 때 내는 임대차 계약인데, 이 계약이 체결돼야 국가는 임대료를 수입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국유지의 3분의 2 이상이 임대 수익은커녕 사실상 놀고 있는 셈이다.
용도별로 보더라도 공익성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 계약이 체결된 국유지를 쓰임새별로 보면 경작용이 59.8%, 주거용이 24.2%, 일반 상업용이 14%에 달한다. 반면 주민 편의를 위한 관공서나 공공시설 부지로 쓰이는 행정 목적 비중은 2%에 그쳤다. 국유지가 본래 공익적 성격을 띠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 목적 활용 비율이 극히 낮은 것은 구조적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방 곳곳에서는 국유지를 공영 주차장이나 체육시설, 복지관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무단 점유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기준 불법으로 점유된 국유지는 1만 3783필지로 7.2㎢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2.9㎢)의 2.5배 규모다. 캠코는 무단 점유자에게 변상금을 부과한다. 변상금은 무단으로 국가 땅을 점유한 대가로 물어야 하는 사실상의 벌금이자 사용료다. 하지만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 넘게 부과된 변상금 3942억원 중 1324억원이 여전히 걷히지 못했다. 해마다 수백억 원대가 연체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실제 부산 영도구에서는 1988년부터 무려 37년간 국유지를 무단 점유한 사례가 확인됐다. 경북 경주에서는 4383㎡ 규모의 국유지를 불법으로 사용하다가 10억 9200만원의 변상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처럼 장기 무단 점유가 반복되고 수납률은 떨어지면서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캠코의 국유재산 운용 수익률도 부진하다.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21년 수익률은 1.35%에 그쳤고, 2022년에는 –3.14%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3년 7.56%, 2024년 5.75%로 반짝 반등했으나 올해 2분기 다시 4.39%로 주저앉았다. 주식시장이 올해 살아나고 있지만 공공자산 운용마저 불투명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국유지는 국민 전체의 자산인 만큼 단순히 방치된 땅이 아니라 지역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무단 점유와 저조한 수익률이 이어진다면 국유재산의 가치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의 협업과 함께 국유지 개발과 임대 구조를 혁신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국유지 관리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캠코에 권한을 넘겼지만, 현실에서는 무단 점유를 막지도 못하고 변상금 수납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양수 의원은 “캠코가 보유한 국유지 대부분이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고, 변상금도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며 “국유지를 공익적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변상금 수납률을 높이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기재부·캠코·지자체가 함께하는 ‘국유지 활성화 태스크포스(TF)’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공영 주차장, 체육관, 지역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개발하면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지자체 수입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유지를 방치해 민원이 발생하고 불법 점유자가 이익을 보는 상황은 국민 입장에서는 이중 손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캠코 측은 23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본지 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캠코는 “국유부동산 면적은 전 국토의 26% 수준으로 SOC, 청사 등으로 활용되는 행정재산 등을 제외한 일반회계, 일반재산을 기재부로부터 위탁받아 전체 국유지의 1.9%를 관리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캠코 관계자는 “실질적인 미활용 국유재산은 일반회계 대부, 처분대상 4.6만 팔지(6.3%)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캠코 측은 무단점유율이 높은 이유와 변상금 부과 후 미납된 금액이 많은 사유에 대해서 뚜렷하게 반박하지 못했다. 오히려 캠코 측은 변상금 미납이 많은 이유를 입법 부재로 원인을 돌리기도 했다. 캠코 측은 본지에 “재산압류 및 징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징수 우선권 근거 법령이 없어 납부 압박 실효성 저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단점유율이 높은 것과 관련해 “무단점유자 파악을 위한 탐문조사 및 인적사항 파악을 위한 조사권한과 인력운용 및 명도 등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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