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업계가 자신들이 한 투자의 순기능을 조망하는 보고서를 만든다. 업계 1위 MBK 파트너스가 투자한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으로 PEF 업계 전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되돌리기 위해서다. PEF가 투자한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실제 사례를 대거 실을 예정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PEF협의회와 손잡고 국내 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투자 기업의 성공 사례를 수집해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도 이를 지원한다. 베인앤드컴퍼니가 PEF운용사협의회 측에 먼저 보고서 작성을 제안했고, 회원사들이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초안이 만들어졌고, 최종판은 이르면 다음달에 완성된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231개 기업 평균 기업가치 35% 올라
PEF협의회는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성한 협의체다. 사단법인인 금융투자협회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수준의 조직력은 아니지만 업계를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운영의 중추는 11개 주요 PEF 운용사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다. 현재 임유철 H&Q코리아 대표가 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며, 올 10월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신임 협의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PEF의 투자 순기능을 객관적 근거로 입증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등 PEF 운용사들의 일부 투자 실패 사례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PEF 운용사 투자 후 기업 실적이 증가하고 추가 고용을 창출한 사례가 더 많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사모펀드가 투자한 총 231개 기업들의 평균 기업가치가 35% 올랐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 동안 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객관적이고 통합적인 데이터가 없어 외부 대응이 쉽지 않았다”며 “보고서가 마련된다면 보다 적극적인 소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글랜우드PE의 한국유리공업(현 LX글라스) 투자를 모범 사례로 꼽는다. 글랜우드PE는 2019년 한국유리공업을 사들인 뒤 2023년 LX인터내셔널에 회사를 매각했다. 4년간 추가 고용을 창출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고 두자릿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유리공업은 LX그룹이 인수해 안정적인 경영 발판을 확보했다. H&Q코리아의 플레이타임 인수, UCK파트너스의 공차 인수, IMM프라이빗에쿼티의 대한전선 인수, 스카이레이크의 넥스플렉스 인수도 업계가 인정하는 성공사례다.
똑같은 PEF인데…토종만 ‘역차별’
특히 국내 PEF 운용사 사이에서는 정치권의 PEF규제가 국내 운용사에만 적용되면서 국내에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글로벌 PEF와 역차별 위기에 놓였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국내 기관투자자를 유치하지 않거나 국내에 사모펀드운용사로 등록하지 않고 일반 법인으로만 등록한 글로벌 운용사들은 국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는 PEF 운용사의 대출 제한, 상장사 의무공개매수제, 특정 업종 인수 제한 등이 추진되고 있다. PEF업계는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투자가 아예 막히지 않도록 시행령 등 세부 방안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베인앤드컴퍼니가 스스로 나선 점도 주목된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인수후합병(PMI)에 강점이 있어 국내 운용사들과 장기간 협업해왔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은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 등 PEF업계에 다수 진출했다. IB업계에서는 이들과 베인앤드컴퍼니와의 인연이 이번 협업의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한때 PEF협의회 차원에서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자본연 측이 고사하면서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김앤장 역시 빅딜에 수시로 등장하며 법률자문 선두주자 지위를 유지 중이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은 의무 공개매수제 도입과 관련해 공개매수 추진 후에도 소수지분이 남은 경우 강제 인수할 수 있게 하거나, 공개매수 실패시 기업결합 심사에 반영해 달라는 세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과거 금융당국의 의무 공개매수제 도입 논의에도 참여한 만큼 규제 필요성과 현실 가능성을 아우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조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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