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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스몰볼을 모아 경제 활성화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0.7%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0%대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 ‘세계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을 통해 서민경제 살리기에도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하지만 재정 여력의 한계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제약 등으로 정책 환경이 녹록지 않다. 이와 같은 큰 정책에 더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돈이 안 드는 정책인 스몰볼(Small Ball)을 모아보면 어떨까. 좋은 예가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시행한 고속도로 갈림길 개선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도로공사는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갈림길에서 방향을 헷갈리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면에 분홍색·초록색 등 유도선을 그어 시인성을 높였다. 그 결과 운전자들이 갈림길을 지나쳐버리거나 급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하면서 발생하던 교통사고가 현저히 줄었다. 도로공사 직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보험료와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기여한 것이다.



조폐공사 역시 스몰볼 혁신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미술관과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전국 미술관은 저장 공간 부족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수장률이 90%를 넘어 신규 작품 수용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폐공사는 지하 벙커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유휴 공간으로 남아 있던 지하 벙커는 미술품 보관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력한 보안 시스템과 견고한 구조는 물론 일정한 온도와 습도 유지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과 이 공간을 수장고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신규 수장고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지하 벙커의 리모델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산 절감 사례이자 정부와 공공기관의 협력 모델이다.

새로운 정책 홍보 방식도 도입했다. 최고경영자(CEO) 관용 차량을 비롯해 공용 차량 외부에 지역화폐 플랫폼 ‘착(chak)’ 등의 정책 내용을 래핑(wrapping)해 도심과 지역 곳곳을 달리게 함으로써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별도의 예산 투입 없이도 정책을 국민의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는 효과적인 공공 소통의 모델을 제시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뿐 아니라 해외 공관도 벤치마킹할 만할 것이다.

스몰볼의 힘은 숫자가 모일수록 더욱 커진다. 31개의 공기업이 각각 1개씩 아이디어를 내면 31개의 혁신이 생기고, 3개씩이면 약 100개의 혁신이 생긴다. 더 나아가 331개 공공기관이 각각 3개의 아이디어를 낸다면 1000개에 가까운 혁신 프로젝트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 생활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작은 성과가 하나둘 모여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스몰볼의 핵심이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데 스몰볼을 모으는 일이 마중물이 될 것이다. 경제가 다시 뛰게 할 해법을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도록 모든 공공기관이 적극 동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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