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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美 투자 압박…"3500억弗 통화 스와프·美 국채 담보로 달러 조달" 대안도

■韓 동원 가능한 플랜B는

트럼프 "韓 돈 먼저 내라" 으름장에

정부 "외환위기 감수하며 협상 못해"

한미 대치양상…협상 장기화 불가피

'무제한 통화 스와프'는 힘들다지만

한도 확대·분할투자 등 대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사인한 뒤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 펀드는 선불(Up-front)”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도 일본식으로 투자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투자 프로그램과 규모와 시기를 정하면 상대방 국가가 이를 현금으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원·달러 무제한 스와프 체결과 같은 해결책이 없는 이상 협상안에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관세 협상 교착상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무제한 달러 스와프를 허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대미 투자 스와프 한도만큼만 스와프 규모를 늘리는 등의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은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사적 표현으로 보인다”면서도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는 아직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대출이나 보증과 같은 금융 투자 대신 현금 및 직접 지분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역시 ‘상업적 합리성’이 없는 협상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는 상황이다. 관세 인하도 중요하지만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수백조 원 규모의 현금 투자를 약속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양측 국익에 모두 도움이 돼야 협상이 타결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재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내용은 한국의 거시경제에 상당한 리스크를 끼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물론 외환 전문가들도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투자 패키지를 현실로 만들려면 외환시장 안전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외환시장에서 3~4년간 3500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러다 보니 차라리 25% 관세를 감당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역시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달라 한국에는 뭔가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 측도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계기에 통상 담당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아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난 것도 통화 문제가 관세 협상 교착상태를 푸는 데 관건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미국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요구대로 원화와 달러화 사이의 무제한 스와프를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와 무제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은 기축통화에 준하는 지위를 획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유럽연합(EU)·영국·일본·캐나다·스위스와만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공하고 있다. 김진일 교수는 “한국에 무제한 스와프를 허용하면 멕시코·호주와 같은 나라들도 해달라고 달려들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투자 규모를 장기간에 걸쳐 분할하거나 통화스와프 규모를 일정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진일 교수는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쓰는 것보다 한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담보로 돈을 융통하는 방법이 있다”며 “투자금을 한번에 투입하지 않고 사용되는 시점에 맞춰 조금씩 장기간 투입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투자 한도는 3500억 달러이니 무제한이 어렵다면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수준으로 스와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결정을 위한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일본과 다르게 세세하게 규정하는 방식도 양측의 이견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별 투자 규모나 범위를 제한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프로젝트만 투자하는 방식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금을 대면 투자처를 제한할 권리를 당연히 가져야 한다”며 “일본과의 협상에서 미국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데 어떻게 수익을 가져간다는 것인지도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황 교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투자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용처와 규모·시기 등에 대한 제한 조건을 두는 방식이 가능할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투자 분야를 제한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조선·원자력·반도체 등 투자 영역을 명시해뒀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을 구체화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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