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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만 늦어도 장 절제? 소아 서혜부 탈장, 놓치면 안될 신호 [건강 팁]

■ 손준혁 한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남아의 5%에서 발생하는 소아 서혜부 탈장

감돈 탈장 진행 시 장폐색·괴사로 이어지기도

자연호전 어려워 진단 즉시 수술적 치료 원칙

힘줄 때 사타구니 불룩 독출되는 증상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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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가 가장 먼저 이상신호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키던 중, 혹은 아이가 크게 울다가 갑자기 사타구니가 불룩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는 영유아기에 흔히 발생하는 ‘서혜부 탈장’일 가능성이 높다.

탈장은 말 그대로 장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난 상태다. 소아의 서혜부 탈장은 전체 남아의 약 3~5%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여아에서도 나타나지만 남아의 발생 빈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단순히 사타구니가 불룩해졌다 들어가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 돌충된 장이 구멍에 끼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감돈 탈장’이라고 하는데 장폐색, 장괴사, 장천공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아의 경우 난소가 탈장 부위로 빠져나오면 혈류가 차단돼 난소 괴사로 진행될 수도 있다.



실제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생후 7개월 된 남아의 사타구니가 단단하게 만져지고 울음을 멈추지 않아 내원한 사례가 보고됐다. 검사 결과 서혜부 탈장 감돈으로 진단돼 응급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장을 보존할 수 있었다. 몇 시간만 늦었더라도 장 괴사로 절제가 필요했을 뻔한 아찔한 사례다.

소아의 서혜부 탈장은 태아의 발달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남아의 고환, 여아의 난소는 원래 복강 안에 있다가 출생 전 제자리를 찾아 내려온다. 이 때 복강과 사타구니를 잇는 통로가 자연스럽게 막혀야 하는데, 제대로 닫히지 않고 남아 있으면 작은 구멍이 된다. 출생 후 이 구멍으로 장이나 복강 내 장기가 빠져나오면서 탈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탈장은 흔히 사타구니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형태로 나타난다. 아이가 울거나 배에 힘을 줄 때 복압이 높아지면 돌출이 두드러지고, 아기가 조용히 누워 있을 땐 저절로 들어가기도 한다. 문제는 돌출된 덩어리가 들어가지 않고 고정되는 경우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구토, 복부팽만, 변이 안 나오는 증상이 동반된다.



성인의 일부 유형과 달리 소아 서혜부 탈장은 자연적으로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다. 수술은 탈장이 생기는 통로를 묶어주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절개수술은 사타구니 피부를 2~3㎝가량 절개해 통로를 직접 묶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배꼽과 그 주변에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 복강경 기구를 사용하는 복강경 수술이 널리 활용된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데다 반대편에 숨어 있는 탈장까지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탈장 수술의 재발률은 약 0.5~1%에 불과하다. 다만 정관, 고환혈관 손상 같은 합병증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소아외과 전문의에게 치료받아야 한다.

소아 서혜부 탈장의 특성. 사진 제공=한양대병원


어린 자녀의 수술을 앞둔 부모들은 전신마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러나 신생아의 경우 탈장 합병증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지체하지 말고 수술하는 편이 낫다. 대학병원에서는 소아 마취 전문 의료진과 협력해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과도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수술 후 1~2일이면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면 당일 퇴원하기도 한다. 봉합 방식이 좋아 실밥 제거도 불필요하다.

소아 서혜부 탈장은 비교적 흔하지만 방치할 경우 장 손상이나 난소 괴사 같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평소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은 이상이라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 시 사타구니 부위가 불룩해지면 서혜부 탈장을 의심해야 한다. 아이가 이유 없이 심하게 울고, 사타구니를 만졌을 때 통증 반응이 있는지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불룩한 종괴가 들어가지 않거나 구토·복부팽만이 동반되면 즉시 응급실로 내원해 소아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는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손준혁 한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사진 제공=한양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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