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 백지화를 계기로 이찬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조직 쇄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원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오던 소비자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당정이 금융 감독 개편안을 철회한 데는 이 원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조직 개편을 막기 위해 물밑에서 여러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실무 직원들과 수차례 내부 간담회를 열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민주적 의사 결정을 중시하는 이 원장의 성향이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평가도 있다.
당국 안팎에서는 이 원장이 재편안 백지화를 동력 삼아 조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핵심은 소비자 보호다. 서울경제신문이 이 원장이 취임 이후 연 9번의 업권·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한 모두발언을 전수조사한 결과 금융(280회)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소비자(73회)였다. 시장(60회)과 성장(59회), 보호(51회)의 빈도도 높았다. 건전성(23회)이나 생산(22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건전성 규제를 추진한다는 이 원장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금감원은 이른 시일 내에 소비자 보호 강화를 뼈대로 하는 조직 쇄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강도 높은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감독 체계 개편안이 무산된 것을 금감원 조직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그동안 감독과 소비자 보호에 미흡했다는 반성부터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