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003240)이 애경산업 인수를 공식화하고 뷰티 산업과 에너지, 부동산 개발로 사업을 재편하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인 석유화학 및 섬유 부문에서는 범용 저수익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은 확대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유태호 태광산업 대표이사는 29일 주주 서한을 통해 “지금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도태 또는 도약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이 같은 사업 재편 구상을 알렸다. 태광산업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성공시킨다는 전략이다.
우선 주력인 섬유·석화사업 부문에서는 기존 ‘니치 비즈니스(틈새 사업)’로 꼽힌 청화소다(NaCN)·아라미드·모다크릴 등에 역량을 집중해 ‘캐시카우’로 키우고 의류용 범용 제품을 축소해 궁극적으로는 철수하기로 했다. 태광산업은 이미 중국 내 경편직물·스판덱스 사업은 중단했고 방적 및 저융점섬유(LMF) 사업도 중단한 상황이다. 태광산업 계열사인 대한화섬(003830)은 이날 식물성 바이오 원료로 만든 고기능 친환경 폴리에스터 원사 상용화에 성공해 국내 완성차 브랜드 신규 차종에 적용하기로 한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애경산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인수를 공식화했다. 태광산업은 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8월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최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유 대표는 “애경산업 인수는 K뷰티 진출의 출발점이자 본격적 사업 확장의 발판”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 확장 방안을 검토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고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회사 측은 애경산업 인수 이후 헬스케어, 바이오, 고부가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에너지 사업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유 대표는 “제조업 특성상 에너지 소비 비중이 높은 만큼 안정적 에너지 확보는 비용 절감은 물론 경쟁력 강화와도 직결된다”며 “기존 산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의 지평을 여는 전략적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전선케이블 소재 또는 송배전 설비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에너지 산업에 진출한 뒤 중장기적으로 소형모듈원전(SMR) 및 신재생발전 기업에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이어 코트야드메리어트남대문호텔 투자에 대해 “글로벌 브랜드 신뢰성과 서울 도심 입지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 개발 포트폴리오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태광산업은 논란이 됐던 교환사채(EB) 발행은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 등 사업 재편에 필요한 1조 5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중 일부를 교환사채로 조달하기로 했다. 일부 주주들이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해 법원에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최근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유 대표는 “가처분 소송까지 이어진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해관계자 의견과 급변하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태광산업은 성공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 신규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사업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총괄을 신설하고 책임자로 이부의 사업 총괄을 선임했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미래 사업 총괄을 새로 만들었다. 신사업 발굴과 투자에 정통한 정인철 부사장을 영입해 미래 사업을 총괄하게 했다.
태광산업은 다음 달 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에 화장품 제조·매매,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 시설 개발·운영, 에너지 관련 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이 사업총괄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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