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이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도 이에 발맞추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증시의 24시간 거래가 시작되면 유동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만큼 한국 증시 매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는 진단이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29일 KCMC에 참석해 “자본시장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순환 구조로 발전하는 만큼 거래시간 확대는 시장 개방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라며 “한국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해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일요일 오후 8시부터 금요일 오후 8시까지 늘릴 방침이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홍콩증권거래소(HKEX)도 거래시간 연장 등을 고려하고 있다. 개릭 스타브로비치 미국 나스닥 부사장은 “시간과 상관없이 건전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나스닥을 잠들지 않는 시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 거래소들이 거래시간을 늘릴 경우 국내 증시 유동성을 뺏길 수 있는 만큼 한국도 따라갈 필요가 높다. 주식·채권·상장지수펀드(ETF) 등 자산 토큰화 작업도 국내 유동성에 대한 위협 요인이다.
특히 주요국이 동시다발적으로 거래시간을 연장할 경우 유동성이 미국 등 일부 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 거래시간이 늘어난 만큼 유동성이 증가하지 않으면 시간별 분산 효과가 발생해 변동성만 커지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 자체의 매력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정부의 자본시장 개선과 별개로 거래시간 연장을 통해 그릇 자체를 키워주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단기간 24시간 거래가 쉽지 않은 만큼 12시간을 우선 도입하고 유동성이나 시장 효율성을 고려해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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