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무신사가 상장 주관사단 적격 후보(숏리스트) 선정을 마무리했다. KB·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투자은행(IB) 다수와 주요 외국계 IB 등 10곳 내외가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주관사단 최종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은 10월 말 진행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전날 저녁 국내외 증권사 약 10곳을 숏리스트로 선정해 통보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KB·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신한투자·하나증권이, 외국계 IB 중에서는 JP모건·UBS·씨티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IB 업계를 대표하는 증권사 대부분이 숏리스트에 들었기 때문에 추석 연휴 이후 10월 말 진행되는 경쟁 PT에서는 주관사단으로 최종 낙점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숏리스트 선정만으로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요 증권사가 모두 PT에 참여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역대급 난도’라는 평가를 받은 IPO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후 접수를 19일 마감했다. 당시 기업가치 책정 방식 등 일반적인 사항 외에도 각 증권사가 맡았던 IPO에서 발생했던 문제 상황과 해결 과정을 기술하도록 요청하는 등 어려운 과제를 던졌다. 회사 일부 고위층이 원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인 10조 원도 난제에 가까웠다. 이 밸류로 IPO를 진행하려면 △주가매출비율(PSR) △주가수익비율(PER)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등의 배수를 크게 높여야 하는데 동종 기업 현황을 살펴봤을 때 이는 여의치 않다.
일부 IB는 무신사의 해외,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입찰 전략을 짰다. 해외 사업을 살펴보면 무신사는 2022년 시장에 내놓은 해외 전용 플랫폼 ‘글로벌 스토어’ 거래 금액이 일본을 중심으로 연평균 260%씩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확장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여기에 해외 현지 패션 유통 플랫폼으로 국내 브랜드를 유통하는 기업 대상(B2B) 사업도 순항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패션 기업인 안타스포츠와 손잡고 현지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런 추세가 1~2년 이어진다면 IPO 시점에 미래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오프라인 경쟁력도 주목할 만하다.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무신사 스탠다드 등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면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인디 브랜드 육성에도 적극 나서 K패션 생태계를 키우는 중이다. 한 IB는 이를 감안해 무신사를 플랫폼 사업자로 정의하기보다는 종합 패션 기업으로 정의해 입찰 전략을 짰다. 최근 플랫폼 기업 다수가 IPO 때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는 무신사의 밸류는 물론 기업 정체성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 밸류에이션이나 공모 구조, 에쿼티 스토리(성장 비전)를 두고 고민이 많다”며 “대기업 IPO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규모가 큰 무신사 딜(거래)을 수임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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