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과 스위스에 이어 세번째로 미국과의 환율 정책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앞으로 시장안정조치 월별 내역을 미국 재무부에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공유하고, 연도별 외환보유액 통화구성 정보를 대외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일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 정책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앞서 4월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2+2 통상협의’에서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환율 분야가 통상협의 의제에 포함된 이후 관세 협상과 별개로 양국 재무당국 간 별도의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이번 합의의 내용은 앞서 일본과 미국 간에 발표된 공동성명문에 담긴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일본은 지난달 12일에 미국과 공동성명을 통해 환율 협의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한미 재무당국이 부당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환율 정책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내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를 약하게 유지하는 등의 환율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내용”이라며 “우리나라는 당연히 기본 원칙에 따라 환율 정책을 해왔기 때문에 합의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정부 투자기관의 해외 투자가 인위적인 환율 조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이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인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고려돼야 한다는 원칙도 양국이 재확인했다.
다만 이번 합의를 통해 정부는 현재 분기별로 대외에 공개하고 있는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월 단위로 미국 재무부에 공유하기로 했다. 내용은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해 정부 간에만 공유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양식에 따라 월별 외환보유액과 분기별 선물환포지션을 공개하고, 연도별 외환보유액 통화구성 정보도 대외공개 하기로 했다. 다만 이 내역들을 언제부터 공개할 지, 얼마의 기간을 두고 공유할 지에 대해서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합의문에 양국 재무당국이 외환시장의 ‘안정(Stability)'을 모니터링한다는 표현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도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협의를 해달라는 것을 요청했다”며 “다른 나라와의 합의문에는 없지만 한국에는 ‘안정’이 담겼으니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협의를 해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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