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부과된 보안 감점 조치를 갑작스레 1년 연장하기로 하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 모든 법적 조치를 시사하며 강력 반발했다.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방사청이 충분한 근거 없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감점 조치를 연장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주철 방사청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 사고를 단일 사건으로 판단해 올 11월까지 보안 감점을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법률 검토 결과 사건을 분리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해 보안 감점을 내년 12월까지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임직원들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관련 개념 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2022년 11월 유죄판결이 확정돼 보안 감점 1.8점을 3년간 받아왔다. 이 조치는 11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임직원들 중 1명의 형량이 2023년 12월 확정된 것을 고리로 방사청이 전격적으로 보안 감점을 1년 이상 연장한 것이다. 연장된 감점은 1.2점으로 소폭 줄어들기는 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고려할 계획이다. 특히 KDDX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갑작스레 납득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보안 감점 연장을 결정하면서 번복 배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번복 과정에서 당사자인 HD현대중공업은 납득할 만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의견을 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당일 오전 비공개 당정협의회 직후에 이 같은 발표가 나왔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 아래 강력한 이의를 제기해 (방사청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방사청의 갑작스러운 노선 변화로 인해 8조 원 규모의 KDDX 사업의 경쟁력이 더욱 약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방사청은 수의계약 안건을 올 들어 3차례나 분과위원회에 올렸지만 무산됐다. 민간위원의 반대와 상생협의안 마련 요구의 영향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DDX 사업은 2028~2030년 퇴역 시점에 이르는 노후 함정을 대체하기 위해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을 들여 6000톤급 이지스함 6척을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업체 선정 방식을 두고 방사청이 통일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실제 전력화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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