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3분기 국내 증시가 본격 반등하자 성장 가능성이 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중소형주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철강·유통 등 내수 경기와 밀접한 업종은 비중을 줄이면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드러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3분기(7~9월) 중 지분 5% 이상을 신규 취득해 공시 의무가 발생한 상장사 18개사 가운데 소부장 관련 기업만 8개사로 나타났다. 코미코(지분율·5.2%), ISC(5.15%), AP시스템(5.09%), 에스앤에스텍(5.02%), 솔브레인(5.02%), 유진테크(5.01%) 등 반도체 관련 코스닥 상장사와 비에이치(7.30%), 엘앤에프(5.06%)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도 일부 담았다. 올해 상장한 서울보증보험(6.20%)과 달바글로벌(6.19%)도 투자를 개시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대덕전자 지분을 8.38%에서 12.87%로 4.49%포인트 확대하는 등 케이씨텍·티씨케이·덕산네오룩스까지 이미 투자 중인 소부장 기업에 대한 비중을 적극 늘렸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면서 주가가 크게 반등한 종목들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HD현대마린엔진·한국카본 등 조선 기자재 관련 투자도 확대했다.
눈에 띄는 건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맞닿아 있는 금융·지주사도 적극 담았다는 것이다.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 수혜로 꼽히는 두산·효성·동아쏘시오홀딩스 등도 장내 매수했다.
반면 국내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설·철강·유통 업종 비중은 줄였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철강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GS건설·현대건설·현대제철·세아제강 등의 투자 비중을 줄였다. 금리 인하 속도 둔화 등으로 내수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마트·LG생활건강·하나투어·농심·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소비재나 유통 업종에서도 지분 축소가 이뤄졌다.
국민연금의 과거 주식 투자 성과가 양호한 만큼 종목 포트폴리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민철 한국거래소 부장과 양철원 단국대 교수가 최근 한국재무학회지에 게재한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성과와 능력’ 논문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는 2009~2018년 연 평균 6.84%의 성과를 거뒀다. 이때 투자 성과의 44%가 ‘종목 선택 능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 부장은 “국민연금 투자 수익의 원천이 종목 선택 능력인 만큼 투자 대상 종목군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코스피 200이나 코스닥 150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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