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규제 샌드박스에서 기술과 시장성이 검증된 제품의 후속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선다. 산업 혁신 아이디어가 규제 샌드박스 밖에서도 구현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우선 2차전지, 바이오 연료, 인공지능(AI) 서비스 분야의 3개 사업을 선정해 올해 20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2일 산업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규제특례 신산업 창출’ 사업 대상으로 3개사를 선정해 규제 샌드박스 실증 과제 사업화를 돕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 단계를 마친 제품들이 실제 시장에 출시되는 데 다양한 후속 연구개발(R&D)이 필요한데 여기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 집행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도맡는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에서 충분히 구현됐던 혁신 제품들이 사업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장되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한다”며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사업화 의지가 강한 기업들을 도와 신산업 육성 기반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특례 신산업 창출 사업에 선정된 피엠그로우는 재사용 배터리 활용 양방향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개발해 2022년 규제특례를 승인받았다. 이후 피엠그로우는 해당 규제 실증을 마쳐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피엠그로우는 이번 사업을 통해 서로 다른 종류의 배터리팩을 연결·혼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한 뒤 사업화에 나설 예정이다.
전주김제완주축산업협동조합 소속 김제자원순환센터는 가축 분뇨를 고체 바이오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과제에서는 고체연료 제조 과정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개발한 에이아이포펫은 규제특례 신산업 창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중증 질환 판별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부·치아 질환을 탐지하는 진료 보조 소프트웨어만으로도 36억 4000만 원의 누적 매출을 달성하고 20억 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했는데 사업 영역을 중증 질환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특례 신산업 창출 사업의 기반이 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지속 확대해가겠다는 방침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예해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2016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후 전 세계 60개국으로 확산했다. 한국은 2019년부터 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6개 부처가 8개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5년 6월까지 규제 특례를 승인받은 제품·서비스가 창출한 누적 매출액은 1조 2989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들은 2228명을 신규 고용하고 총 5827억 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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