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위협하면서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직접 반박에 나섰다. 최근 환율 급등은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으려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외화(달러)를 차입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은은 19일 블로그에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이 같이 밝혔다.
윤경수 한은 국장은 “국내 시장에 달러가 풍부한데도 환율이 오르는 ‘풍요속의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기는 하지만 달러 자금이 풍부해 싼 이자로 빌리기 쉬워 외환시장의 위기로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요즘 환율이 오르니까 위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달러를 구하기는 과거보다 훨씬 쉽다"며 "달러는 풍부하다"고 강조한 점과 같은 맥락이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달러가 풍부한 편이다. 외화자금시장에서는 금융기관이 달러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거래가 주를 이룬다.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 사용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달러를 돌려주고 원화를 받는 ‘외환스와프' 방식이다. 원화를 달러로 교환해서 사용하려면 한국과 미국의 대내외금리차(예: 1.2%)에 가산금리를 얹은 이자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달러를 빌려주려는 사람이 많으면 이 가산금리는 하락한다. 실제로 외환자금시장에서 가산금리는 지난해 6월 0.041%포인트에서 이달 15일 0.004%포인트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 달러 자금을 빌리기가 매우 쉽다는 것을 시사한다. 달러를 빌려주려고 하는 주체가 많아 추가 금리를 낼 필요가 줄은 것이다.
이와 같이 외화자금시장 내 달러 자금이 풍부해진 것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과거에 비해 덜 매도(환전)하고 외화예금으로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외국인의 채권 투자 자금이 전년에 비해 2.7배 국내로 더 들어왔는데 채권자금의 절반 이상이 외환스와프를 통해 달러 자금을 빌려주고 받은 원화로 투자된다는 점에서 주요한 외화 자금의 공급원이 됐다.
반면 달러를 사고파는 현물환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돼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한·미 금리 격차, 해외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주자 및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해외 투자가 더 늘어나면서면서 더 상승폭을 확대했다.
다만 이 같은 고환율에도 달러 자금 시장은 안정돼 있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게 윤 국장의 설명이다. 윤 국장은 “거주자 및 외국인 주식 자금의 대부분이 달러로 환전돼 유출되면서 환율은 큰 상승압력을 받은 반면, 외국인의 채권 투자 자금은 상당 부분 스와프거래를 통해 달러 자금으로 공급됨에 따라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은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위기는 대외지급능력이 약화돼 달러자금의 차입이 어려울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지금은 달러를 역사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상황이라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환율 상승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그 자체가 외환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환율 상승이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것을 방증한다는 비관론은 우리 경제에 큰 비용을 초래한다"며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 요인을 개선해 나가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환율에 대한 일방향의 기대 형성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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