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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기술로 '뇌의 비밀'도 밝힌다
산업 산업일반 2016.08.17 12:05:00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데이터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낸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020년이면 무려 268억개의 사물이 연결된다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빅데이터 분석의 도전은 수백억 개에 그치지 않는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인간의 뇌 속에 존재하는 조 단위의 정보를 파악하는 일, 즉 ‘뇌 지도’를 그리는 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욱신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뇌의 신경망을 이루는 신경세포(뉴런) 사이에서는 매 순간 엄청난 양의 정보가 발생하고 있다”며 “각각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의 정보를 데이터 형태로 수집해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뇌의 구조와 이 구조에 따른 기능을 수치화·시각화한 데이터베이스(DB), 즉 뇌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뇌 지도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 미국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에 돌입했으며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10년 단위의 ‘인간 두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내 뇌 연구기관인 한국뇌연구원도 올 5월 2023년까지 뇌 지도 구축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벌써 일정 성과를 낸 곳도 있다.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 연구진은 대뇌의 겉부분인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의 기능을 정리한 뇌 지도를 만들었다고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대뇌피질은 뇌에서 의식적 사고와 인지, 문제 해결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어떤 부위가 어떻게 기능을 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뇌 지도가 완성되면 이 같은 뇌의 비밀이 풀리게 되는 것이다. 한 교수는 “뇌 지도를 만들 때도 대용량의 빅데이터 분석은 유용한 기술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를 시각화해 그래프로 표현하고 이를 분석하는 기법을 더욱 고도화해 뇌 지도 작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사설] 현 수준으로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불가능하다
오피니언 사설 2016.08.16 19:00:00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준비 수준이 세계 25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5일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계 UBS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로 4차 산업혁명 준비 정도를 평가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스위스는 1위, 미국은 4위, 일본은 12위로 우리보다 앞섰고 중국은 28위였다. 현 상황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도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산업혁명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빅데이터, 3차원(3D) 프린터, 무인자동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신기술은 각 나라의 미래 성장을 좌우하고 경제·사회 시스템과 노동시장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국내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06~2010년 연평균 9.7%에서 2011~2015년 1.8%로 뚝 떨어졌다. 경쟁국들과는 상반된 추세다. 산업의 역동성도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가장 중요한 노동시장 유연성은 바닥권 수준이다. 조선·철강·화학 등 주력 제조업 대부분이 성장 한계를 맞은 우리로서는 선제대응과 준비가 더 절박한데 오히려 뒤처지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 4차 산업혁명에서 선도국가 운운하는 것은 희망 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먼저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핵심 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각종 유인 체계를 마련하고 규제를 기업친화적으로 대폭 정비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은 그 전제조건이다. 더 이상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치권은 관련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
[시각]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 쓰나미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8.16 18:04:12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산업전시회 ‘하노버 메세 2016’.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 전시장에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막연설에 이어 메르켈 총리와 함께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등 주요 기업의 부스를 2시간가량 관람했다. 이 전시회의 화두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산업 자동화였다. 이것이 곧 4차 산업혁명이다. 미국과 독일은 세계 제조업 부흥을 이끌고 있는 양대 강국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의 정치 지도자가 4차 산업혁명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전시회에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굴지의 대표기업 관계자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름이 알려진 한국의 참가 기업은 현대중공업·한전·LS산전 등 3개사 정도였다. 중소 소프트웨어(SW) 회사 등을 포함해도 71개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주최국 독일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인 629개 기업이 참가했다.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혁신적 융복합으로 전통 기업과 산업구조는 물론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1~3차 혁명 때보다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승자 독식’이 특징으로 혁신 경쟁으로 먼저 표준을 만들고 흐름을 선도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노키아·파나소닉·소니·모토로라 등 이미 수많은 기업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일본 등의 선진국은 물론 우리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까지 4차 산업혁명 선점을 위해 국가는 국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피 말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준비는 어떠한가.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끈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수출과 내수의 부진으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력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도 한국은 여전히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리스크가 두려워 신규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제대로 된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 창출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늦었지만 환영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죽느냐 사느냐’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안일하게 대응하다가는 벼랑 끝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정부와 관료가 앞에서 기업들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나라들은 민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데 그쳐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mckids@@sedaily.com -
"고객 위치데이터 분석해 이동경로 차단"…감염병 막을 '黃의 도전'
산업 IT 2016.08.16 16:00:08KT가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시작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차단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는 황창규(사진) 회장이 지난 6월 뉴욕을 방문해 국제연합(UN)과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에게 제안한 내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우선 질병관리본부와 협력해 지카바이러스 오염국가를 경유한 자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귀국 하루 안에 감염 위험 문자를 발송, 국민들 스스로 조심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유도할 예정이다. 오는 9월부터는 귀국 직후 감염이 우려될 경우 공항에서 검역신고를 할 수 있도록 검역신고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KT는 또 UN·GSMA 등과도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한 실무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실무진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9월 말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황 회장은 당시 뉴욕에서 열린 ‘UN 글로벌 콤팩트(UNGC) 리더스 서밋 2016’에서 빅데이터 솔루션을 활용해 사스, 메르스, 지카, 에볼라 등 감염병에도 적용하자고 전세계 통신사업자(Telco)들에게 제안했었다. 세계 73억대에 이르는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비롯해 위치정보, 로밍 데이터 등을 공유해 전염병의 이동경로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황 회장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류의 생존 그 자체”라며 “여행 패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모으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전 세계 전염병의 확산 경로를 추적하고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가 전 세계인이 모인 국제무대에서 이같은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KT가 위치데이터로 국내 조류독감(AI)를 2년째 막아내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자신감 때문이다. KT는 빅데이터를 활용, 우리나라 전체 농가 및 AI 발생 농가· 가축수송 ·사료운반 차량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정부와 함께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잡아내고 있다. 이를 위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 및 구제역(FMD) 확산 방지 관련 데이터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UN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확산방지 시스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이식 KT 빅데이터센터 상무는 “빅데이터 성과가 가장 드러나기 쉬운 영역이 바로 ‘위치 데이터’로 스마트폰의 확산에 맞춰 감염병 차단 등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샘플이 아닌 전수조사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빅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누가 감염을 시키는지 찾아내는 게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
'포노 사피엔스'의 힘...시장의 주인, 기업아닌 소비자로 바꾸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8.11 18:31:35위치정보시스템(GPS)을 기반으로 한 일본 닌텐도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 한국에서 단 한 건의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 고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는 이미 100만건을 넘었다. 아직 공식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포켓몬 고 서비스가 가능한 강원도 속초 등으로 이용자들은 구름떼처럼 몰려가고 있다. 보통 기업이 제품을 내놓고 미디어에 광고를 시작하면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판매량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포켓몬 고는 이 같은 기존 공식을 깼다. 소비자들이 직접 게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사용자 후기 등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포켓몬 고의 사례는 기업의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방정식이 기존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것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기에 앞서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부터 한다. 다른 소비자들이 인터넷 등에 올린 제품구매 후기를 찾아보고 정말 그 값을 하는지 먼저 판단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고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시장의 주인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입김이 강해진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비자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는 빅데이터다. 미국의 아마존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고 대응해 성공한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아마존은 창업 후 약 20여간 온라인 서점으로 성공기반을 닦았다. 그런 아마존이 지난해 11월 시애틀에 사상 첫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책을 보고 킨들 파이어 등 아마존 제품을 직접 시연하고 싶은 욕구를 빅데이터를 동원해 파악했다. 책의 진열 방식도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수백만권의 책 중 소비자가 좋아하는 책을 빅데이터로 파악해 이들을 전면 배치했다. 아마존 홈페이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아마존 경영 원칙의 결정판이다. 고객 개개인이 과거 검색했던 제품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메인 화면에 띄운다. 접속하는 고객마다 메인 화면이 다른 ‘맞춤형’이다. 고객의 과거 검색상품을 분석해 관심이 있을 만한 제품 리스트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의 혁신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된다. 소비자는 혁신의 시금석”이라고 강조해왔다. 소비자 경험을 가장 중시하는 경영을 통해 아마존은 미국인 중 44%(블룸리서치 조사)가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사이트가 됐다. 미국의 요거트 회사 ‘초바니’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초바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된 사진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소비자가 출근길 승용차 안에서 요거트를 아침 식사 대신 먹는 것을 파악했다. 초바니는 요거트 용기의 모양을 자동차 컵홀더에 끼우기 쉽고 운전하면서 먹기 쉽도록 바꿨다. 이 덕분에 회사 설립 초기인 2005년 2%에 불과했던 미국 그릭요거트 시장 점유율은 2013년 48%까지 급등했다. 유니레버도 마찬가지다. 유니레버는 구글이 빅데이터로 분석한 헤어스타일 관련 최신 트렌트를 지난 2014년부터 제공 받고 있다. 구글은 매일 3,000만건의 헤어스타일 관련 검색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한다. 유니레버가 고용한 헤어스타일링 동영상 제작 블로거는 유튜브에 ‘모발의 모든 것(All things hair)’이라는 채널에서 유니레버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이 덕분에 유니레버는 전 세계 3대 모발관리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반면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다. 소비자의 수요는 이미 LCD로 넘어갔지만 브라운관(CRT) 기술에 집착하다 매출이 급감한 소니 등 일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표 사례다. 일본 기업들은 기술이 좋으면 소비자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깃발을 내걸고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다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최재붕 교수는 “이전에는 자본이 몰리는 곳에 소비자가 몰렸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몰리는 곳에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에서 소비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콘텐츠시장 변화 선도하는 빅데이터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8.11 18:31:25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사물은 ‘연결(connection)’된다. 이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라는 마스터키다. 2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이 ‘자본’, 3차 산업혁명이 ‘정보’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의 사용과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빅데이터는 특히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 문화계 판도를 좌지우지했다. 수십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면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 개인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대다. ‘거대 자본을 동원한 콘텐츠=성공’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는 진검 승부의 장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 지난해 유튜브가 선정한 10대의 우상 1~10위 명단에 연예인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모두가 1인 방송 스타였다. 1위는 ‘퓨티파이(PewDiePie)’라는 아이디를 쓰는 스웨덴의 1989년생 청년인 펠릭스 셸베리. 그는 게임 관련 방송으로 평균 시청자 수 4,000만명, 누적 조회 수 500억회를 넘겼다. 지난해 광고수입만 140억원에 이른다. 가요시장에서는 J팝과 K팝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구글 트렌드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구글에서 J팝의 검색빈도를 보여주는 지수는 2004년 100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올해 7월에는 15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면 2004년 10수준에 머물렀던 K팝은 2012년에 100까지 치솟았다. 과거에는 우리보다 음반시장 규모가 100배나 큰 일본시장에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됐고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이를 따라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0년 이후 전세는 역전됐다. 이제는 소비자가 선택한 시장으로 자본이 따라가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개인이 문화 콘텐츠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들의 입맛을 겨냥한 맞춤식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의회의 권력 암투를 그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적이다. 제작사인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할지를 먼저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1990년대에 방송된 영국 BBC의 ‘하우스 오브 카드’ 리메이크를 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보니 감독은 ‘파이트클럽’ ‘세븐’ 등 스릴러물의 대가 ‘데이비드 핀처’, 주연 배우는 ‘케빈 스페이시’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넷플릭스는 이 공식에 따라 드라마를 제작했고 소위 대박을 쳤다. 현재 시즌4까지 나온 드라마는 전 세계적인 흥행작이 됐다.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의 ‘리퍼블릭레코드’는 먼저 미국 내 특정 지역에서 라디오를 통해 신곡을 내보낸다. 청취자들이 음악 검색 애플리케이션인 ‘샤잠’을 통해 얼마나 검색을 하는지를 집중 모니터링한 뒤 이 노래에 집중 투자한다. 프로듀서의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의 취향을 빅데이터로 파악한 뒤 투자 결정을 내려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데이터 투자분석 기업 헤컬 대표 피거스] "150만개 소스서 핵심 투자 데이터 4만5,000개 뽑아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6.08.11 17:21:38“빅데이터가 투자기법의 뿌리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레벨39에서 만난 구스타브 피거스(사진) 헤컬 영업부문 대표는 빅데이터가 바꾸고 있는 투자은행(IB) 업계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헤컬은 5년 전 인도에서 창업한 데이터 투자분석 전문회사다. 증권사나 은행·헤지펀드에 빅데이터에 기반한 투자 알고리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개최한 트레이닝 인더스트리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레벨39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현재 뱅크오브뉴욕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회사 30여곳이 헤컬의 고객이다. 피거스 대표는 “앞으로 투자 결정은 철저히 빅데이터에 기반해 이뤄질 것”이라며 “사소한 데이터도 어떻게 조합하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나만이 가진 유용한 정보로 재탄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메릴린치가 애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피거스 대표는 “메릴린치는 아이폰이 곧 출시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투자했는데 이는 애플 내부 정보가 아니었다”며 “중국 폭스콘을 자주 찾았던 스티브 잡스의 비행 데이터가 판단의 기초가 됐다”고 말했다. 피거스 대표는 “헤컬은 홈페이지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커뮤니티 댓글,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추이, 정부 사이트 등 총 150만곳의 소스에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4만5,000개의 핵심 데이터를 추출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헤지펀드들의 투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헤컬의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을 비즈니스로 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같은 데이터지만 의미하는 바는 다른 경우가 많다”며 “투자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정보를 취득할 때도 각국의 언어나 문화, 심지어 사투리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런던=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스마트시티 스타트업 볼드마인드 대표 라카] "빅데이터 활용하면 영화 광고도 실시간 맞춤형 가능"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6.08.11 17:21:15스마트시티 스타트업인 볼드마인드의 다그마라 라카(사진) 대표는 “오늘날 스크린은 단순히 광고를 노출하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스크린에 부착된 카메라로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행동부터 표정까지 읽어내 빅데이터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드마인드는 지난 2012년 폴란드에서 처음 빅데이터 활용 컨설팅회사로 문을 열었다. 올해 초부터는 맞춤형 스크린 광고를 제공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볼드마인드는 지난해 주변의 한 극장과 광고 계약을 맺고 카나리워프 건물에 설치한 40여곳의 스크린 광고판(사진)을 시범 운영한 결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다. 라카 대표는 “스크린의 카메라에 포착된 개개인의 행동이나 표정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어떤 장르의 영화 광고를 스크린에 띄울지를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극장의 영화별 티켓판매 상황과 연계했더니 극장 매출액이 45%나 급증했다”고 말했다. 볼드마인드는 앞으로 빅데이터 기반 스크린 광고 비즈니스를 쇼핑몰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영국과 이탈리아·말레이시아의 광고 판매를 협의 중이다. 라카 대표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수요가 공급을 주도하는 시대”라며 “길거리나 지하철역, 움직이는 택시에 광고 스크린을 부착해 특정 광고를 보는 개개인의 반응을 수집하면 상품의 가장 적절한 가격을 찾아낼 수 있고 쇼핑몰의 매출과 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핀테크 요람 영국 ‘레벨39’ 가보니] 빅데이터 아이디어 산실…스타트업에 100억 '통큰 투자'도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6.08.11 17:19:45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 카나리워프. HSBC·씨티·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의 본사와 유럽 본부들이 위치해 있다. 중심가에는 카나리워프의 상징이자 이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원캐나다스퀘어가 우뚝 서 있다. 이 건물 39층, ‘레벨39’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요람으로 불린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방문한 레벨39는 핀테크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분주한 모습으로 활기찬 것을 넘어 시끌벅적했다. 1인 창업자가 사무실도, 지정 좌석도 없는 공용 데스크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것부터 별도로 마련된 부스에서 2~3명의 직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하는 광경까지 다양했다. 이제 막 창업을 한 스타트업들은 격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상용화할지에만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레벨 39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전 세계에서 1,500여개 스타트업이 입주를 희망했지만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인 엑센트리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현재 230개 업체가 선별됐다. 이 가운데 181개 업체가 관련 아이디어를 조만간 상용화할 예정이다. 레벨39의 선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공짜는 아니다. 공용 데스크를 이용하는 데만 1인당 월 650파운드(약 10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한곳에 모여 있고 투자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이점에 레벨39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들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조 킴 엑센트리 파트너는 “레벨39에 입주하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곳들인 만큼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며 “레벨39 입주에서 상용화에 필요한 투자유치를 일컫는 졸업까지 평균 6개월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캐나다스퀘어 빌딩 39층에서 이름을 딴 레벨39이지만 사실 24층과 42층에도 여러 멤버사가 입주해 있다. 39층에서 상용화에 필요한 자금 유치(시리즈A, 통상 5억~10억원 수준)에 성공하면 좀 더 넓은 공간이 있는 42층으로 올라간다. 스타트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다. 24층에는 스마트시티 관련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여 있다. 핀테크는 금융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분야의 4차산업혁명을 핀테크가 이끌며 빅뱅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사업을 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있다. 레벨39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들은 △블록체인 △사이버보안 △기업구축 서비스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이터 분석 분야가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영국 최대 핀테크 전문 투자기업인 앤서미스그룹의 나딤 샤이크 회장은 “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무궁무진한 비지니스를 구현할 수 있어 핀테크 분야 중 업사이드(성장성)는 데이터 분석 분야가 압도적”이라며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이를 활용할 아이디어·기술력을 갖춘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은 항상 투자 대상 1순위”라고 말했다. 레벨39 입주사 230곳 가운데 28곳이 데이터 분석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분야도 대부분 빅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50곳 가까운 업체가 빅데이터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셈이다. 조 킴 파트너는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는 캐피털사나 사모펀드로부터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도 있다”며 이 같은 성공 사례들은 레벨39에 갓 입주한 기업들의 열정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핀테크 시장 규모는 200억파운드(약 29조원)로 지난 2008년 이후 연평균 5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런던=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4차 산업혁명 성패 빅데이터에 달렸다] 연 수백만건 실험이 빅데이터로…머크, 액정분야 특허만 3,000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6.08.04 17:48:15지난달 25일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머크 본사 액정 연구동 4층. 30여명의 연구원들이 의자도 없이 선 채 각종 원재료로 기능성 액정을 개발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했다. 기껏해야 액정의 원료는 100여가지. 연구동을 책임지고 있는 마티아스 브레머 박사는 그러나 “원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액정의 종류나 질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1년에 수백만건의 실험이 이뤄지는데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모든 결과는 기록돼 머크의 자산인 빅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머크는 오는 2018년 창립 350주년을 맞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그러나 기자가 이날 본 머크의 모습은 마치 신생 스타트업을 보는 듯 역동적이었다. 머크는 1668년 다름슈타트의 ‘천사약국’을 모태로 출발했다. 지금은 생명과학과 헬스케어, 첨단소재의 3대 사업부를 거느린 글로벌 제약·화학 기업으로 연 매출(2015년 기준) 128억유로(16조원) 규모에 이른다. 한눈에 보기에도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군을 한 회사에서 영위하며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비법은 무수한 연구결과(빅데이터)를 활용한 끊임 없는 혁신에 있었다. 창업주 프리드리히 야콥 머크부터 현재 13대손까지 머크 일가가 가족위원회를 구성해 회사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을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전문 의약품과 액정 원료를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답게 머크는 데이터를 다루는 노하우가 남다르다. 숱한 연구개발 결과를 빅데이터로 가공하고 활용한 결과 신소재사업부가 액정 분야에서만 보유한 특허가 3,000건이 넘는다. 브레머 박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개발되면서 액정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두 제품은 대체재 관계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개발한 액정을 토대로 고객사가 다음달 중 ‘스마트 윈도(사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등 꾸준히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 윈도는 빛의 양에 따라 투과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머크의 혁신수단 중 하나다. 머크의 인수합병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아니다. 기준은 원천 기술을 보유했는지 여부다. M&A한 기업의 기술력과 데이터는 물론 모든 인력까지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지난 2007년 유전자 조합 전문 회사인 세로노를 인수해 헬스케어 사업부로 통합했고 지난해 시약연구 분야의 글로벌 2위 업체인 시그마알드리치를 사들여 생명과학 사업부를 키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10년 동안 머크가 원천기술 보유기업을 인수하는 데 쏟아 부은 돈은 약 47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활용된다. 머크는 1990년대 초반부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B2B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대학교나 기업 연구실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실험을 하고 싶다”고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에 올리면 머크는 30만개가 넘는 제품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데이터에 근거해 최적의 실험 환경을 조성해 준다. 머크의 맞춤형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파스타와 소스를 주문하면 이탈리아 요리를 더 잘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것과 흡사하다. 각 사업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도 머크만의 경쟁력이다. 머크는 특수 렌즈를 이용한 인공 수정체로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의 시력을 높여 주는 ‘리크리아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능성 소재 사업부에서 연구한 소재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사업부에서 눈에 넣을 수 있는 렌즈를 생산한다. 서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사업부 간의 융합인 셈이다. 또 디지털 응용 센서 프로젝트에는 생명과학, 헬스케어, 기능성 소재 사업부 소속 직원들이 함께 팀을 이뤄 기압과 습도, 온도, 위치 정보를 시약병에 부착된 통합 센서가 측정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로엘 불투이스 머크벤처스 대표는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사업 영역 간 중첩되는 부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올해부터는 기존 사업 영역이라는 선입견을 배제한 채 블라인드 형식으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름슈타트=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4차 산업혁명 성패 빅데이터에 달렸다] "한국 대기업, 외부 아이디어 적극 흡수해 발전시켜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6.08.04 17:34:09“한국에는 삼성·LG 등 제조업 분야에서 굴지의 대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존 산업에 안주해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앞에서 도태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머크의 창조적 변화를 이끄는 미하엘 감버(사진) 혁신센터장은 “기업 규모가 크면 아무래도 생각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의사 결정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신선한 외부 아이디어를 대기업들이 흡수해 발전시키는 것이 혁신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50년의 역사를 가진 머크도 혁신센터를 만든 것은 2년이 채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속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외부의 아이디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혁신센터는 스타트업 육성의 일환으로 ‘머크 가속화(Merck Accelerator)’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 가운데 우수한 아이디어를 꼽아 3개월 동안 머크 이노베이션 센터에 입주시키고 전문가들의 지원을 통해 상용화시킬 기회를 준다. 연구개발비로는 기업당 2만5,000유로(3,000만원)를 지원한다. 감버 센터장은 “학생이나 설립 초기 벤처기업들 가운데 작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곳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발전시킬 환경이나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흡수하는 식으로 머크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크는 더 많은 스타트업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재정 지원액을 배로 늘린 5만유로로 확대할 방침이다. 감버 센터장은 기업들이 내부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토론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머크에서는 모든 직원이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제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며 “아이디어는 전 직원들에게 공유되고 채택된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는 다른 직원들도 관련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머크는 ‘실패 부담 제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우수하더라도 리스크가 있으면 경영진은 사업화에 주저하기 마련이고 직원들도 이런 점을 의식하게 된다”며 “회사가 리스크를 떠안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하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 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혁신센터 건너편에는 신규 혁신센터 건물이 한창 건설 중이다. 현재 규모의 무려 7배 크기다. 신규 혁신센터는 오는 2018년 머크 창립 350주년에 맞춰 준공될 예정이다. 감버 센터장은 “급변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그동안 추진했던 과제들의 시행착오 과정을 데이터화해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이 한창인 신규 혁신센터 앞에 적혀 있는 슬로건이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팀(One Team), 다양한 아이디어(Many Ideas), 우리는 머크다(We are Merck)’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4차 산업혁명 성패 빅데이터에 달렸다] "당신의 행동패턴·구매성향 다 드러난다"
산업 IT 2016.08.04 17:33:32전 세계에서 매일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은 2.5엑사바이트(EB). 이는 해리포터 소설책 6,500억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이런 방대한 빅데이터로 알고 싶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한 명의 개인’이다. 한 사람의 행동 패턴, 구매 성향, 심지어 감정까지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이 이뤄지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정보기술(IT) 서비스는 다른 분야보다 앞서 있다. 단순히 쇼핑정보만 주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거나 근처 또는 휴가지의 맛집 위치나 정보를 제공하고 냉장고 속 식재료가 떨어져갈 때쯤 ‘채소를 구입할 때입니다’라며 스마트폰에 광고를 보내는 식이다. 대표적인 숙박 공유기업인 에어비앤비는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투숙객 선호에 따른 맞춤형 숙소와 더불어 개인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이웃과 동네까지 추천해주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이 같은 개인화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한다. 구글의 AI 개인비서 앱인 ‘구글 어시스턴트’는 인간의 자연어를 알아듣고 검색을 하거나 전화를 걸기도 한다. 올해 구글 개발자 회의(I/O)에서는 상황에 맞는 검색 결과를 알아서 추천해주는 챗봇 ‘알로(Allo)’를 공개하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의 음성인식 비서인 ‘시리(Siri)’를 애플 뮤직에 적용했다. 자동차에 IT를 접목하는 스마트카의 핵심은 탑승자의 운전 습관이나 정비 이력, 자주 주행하는 길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자율주행기술과 만나 전혀 다른 형태의 자동차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심지어 빅데이터는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는 수준까지 발전할 태세다. IBM의 AI인 ‘왓슨’은 사람의 말과 글을 접하면 그 안의 기쁨이나 슬픔, 즐거움과 두려움 같은 감정이 얼마만큼 포함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4차 산업혁명 성패 빅데이터에 달렸다] 차상균 원장 "모든 산업 '秘記' 모인곳이 빅데이터"
산업 IT 2016.08.04 17:33:28“정보기술(IT)뿐 아니라 제조·금융·의료 등 모든 산업의 ‘비기(秘記)’가 한군데 모이는 것이 빅데이터입니다. 빅데이터를 지배해야 산업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차상균(사진)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를 자원으로 이뤄지는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차 원장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제너럴일렉트릭(GE)·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이 무서운 건 사실상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 기업은 데이터를 분석해 산업 간 경계가 없는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이 변하면 상품도 곧바로 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은 각 산업군에 IT가 결합하는 ‘인더스트리 4.0’보다 한 걸음 더 진전된 개념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산업구조가 뒤바뀔 때는 앞으로 무엇이 중요해질지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차 원장은 “하지만 여전히 ‘패스트 팔로어’라는 습성이 몸에 밴 우리나라는 시장과 산업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일에 서툴다”고 지적했다. 그 자신도 뼈아픈 경험을 했다. 지난 2000년 대용량의 데이터를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기술 ‘하나(HANA)’를 대학원생들과 개발했다. 그러나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무슨 기술인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당장 돈이 안 된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 SAP는 하나가 보유한 데이터 처리기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2009년 인수했다. 이후 SAP가 하나를 통해 벌어들인 유무형의 가치는 무려 10억유로(약 1조2,400억원)나 된다. 차 원장은 “한국과 달리 SAP는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한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미국에서는 하나의 기술을 따라 한 스타트업이 생겨날 정도로 인메모리 DB는 주요한 기술적 흐름이 됐다. 차 원장은 정부나 기업들이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원장은 “부도가 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억지로 살리기보다는 차라리 보유한 기술로 다른 작은 기업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며 “특히 인수합병(M&A)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4차 산업혁명 성패 빅데이터에 달렸다] 무형의 데이터서 富창출...'범죄분석' 팰런티어 기업가치 200억弗
산업 IT 2016.08.04 17:33:23경제전문지 포춘이 올해의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미국 스타트업 ‘위시(Wish)’. 얼핏 보면 온라인쇼핑몰 사용자에게 상품을 추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평범한 업체로 보인다. 그러나 위시가 개발한 추천 엔진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취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원하는 상품을 맞춤식으로 제공한다. 상품 판매자는 충성도가 높은 핵심 소비층을 콕 집어 마케팅하고 광고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재 매출이 ‘0원’인 위시에 포춘이 매긴 기업 가치는 무려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이른다. 빅데이터가 기업의 핵심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시처럼 소비자가 곳곳에 남긴 ‘발자국(데이터)’의 흐름을 쫓아 의미를 분석하고 가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조광수 연세대 융합대학원 교수는 “데이터를 모아놓기만 하면 쓰레기에 불과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핵심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가치를 폭발적으로 키워가는 대표적인 기업들이 유니콘이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핵심 무기로 전통 기업들을 제치고 말 그대로 혜성처럼 떠오르고 있다. 올해 포춘이 선정한 유니콘 174개의 면면을 보면 소프트웨어(30%), 컨슈머 인터넷(24%), 전자상거래(16%) 등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업체들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상위 10위 업체를 보면 정보기술(IT) 기기를 제조하는 샤오미, 로켓 개발 업체인 스페이스X, 인터넷 업체인 차이나인터넷플러스를 제외하면 7개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고 업체들이다.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쿠팡(50억달러)과 옐로모바일(10억달러)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 가치가 100억달러로 웬만한 대기업 뺨치는 규모의 ‘데카콘’을 봐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온라인결제서비스인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이 회사를 떠나 재창업한 팰런티어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사기나 범죄·테러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을 고객으로 둘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 업체의 기업 가치는 무려 20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다. 중국의 메이퇀뎬핑은 음식과 식당의 정보뿐 아니라 예약·배달 등 종합 음식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업 가치가 183억달러에 이른다. 우버, 에어비앤비,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 등은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서 자금과 인재를 빨아들이며 급성장하는 특이한 기업들이 바로 데카콘”이라며 “이들 중에서 미래의 일류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지 않는 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빅데이터가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빅데이터 자체가 돈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네트워크 등 인프라가 거의 공짜가 돼가는 만큼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가치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창간사설] 4차산업혁명과 정부가 할 일
오피니언 사설 2016.07.31 18:05:181450년은 세종대왕이 승하하고 문종이 조선 왕위를 승계한 해다. 이 1450년대에 독일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해 성경을 인쇄한다. 고려에서 ‘직지심체요절’이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은 1377년. 금속활자 인쇄에 관한 한 우리가 독일보다 70여년이나 앞섰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인쇄문화의 빅뱅을 초래, 유럽 근대화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면서 서구 역사의 물길을 바꿔버렸다. 그렇다면 무엇이 조선과 독일의 운명을 바꾼 것일까. 해답의 일부는 중세유럽의 인쇄공들이 여섯 가지 관련 기술을 결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종이·활자·야금술·압착기·잉크·문자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조선도 이들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뿐 아니다. 조선왕조의 예조 산하에는 교서관이 있었다. 도서 인쇄 및 반포가 주업무다. 교서관에는 잡직 벼슬로 수장제원 44명, 장책제원 20명, 사준·사감 각 1명, 공조 4명, 공작 2명이 배치돼 있었다. 교서관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출판사로 활자를 제작하는 주자소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만든 세계 최초 금속활자는 세상을 바꾸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여섯 가지 기술 외에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국가가 산업의 생태계를 독점했다는 사실이 중세유럽과 달랐다. 그때 만일 원시적이나마 자유경쟁 시장이 존재했다면 투자자들은 인쇄기술을 동원해 각종 신문·잡지나 대중오락 소설 등 민간 수요가 많은 책들을 대량으로 찍어냈을 것이다. ‘증강현실(AR)’이라는 첨단과학이 포켓몬 고라는 스마트폰 게임을 통해 기술발전을 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21세기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조선왕조와 같은 함정에 빠진 분야가 하나둘이 아니다. ‘선도전략 고사하고 미중(美中) 뒤쫓기 바쁜 한국 전기차’가 7월26일자 서울경제신문 사설 제목이지만 전기자동차는커녕 전기자전거마저 정부 규제에 막힌 채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처지다. 국내에서 전기자전거는 원동기로 분류된다. 원동기라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없다. 자동차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전기자전거를 타려면 16세 이상에게만 허용된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한다. 면허가 있어도 최고속도는 시속 25∼30㎞이다. 자동차도로에서 시속 25㎞로 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규제가 산업을 망치는 게 전기자전거뿐일까. 지금은 웹툰이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한류의 몫을 담당한다지만 1990년대만 해도 만화는 마약과 함께 사회 6대 악이었다. 만화는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아남았으나 한때 세계적 경쟁력을 과시했던 온라인게임이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며 은산(銀産) 분리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사이 중국은 핀테크에서 한국을 저만치 따돌려버렸다. 중국에서는 지금 길거리 음식도 스마트폰 결제가 일상일 정도다. 한국 정부는 지나칠 만큼 기존 기업들을 보호하려 드는 반면 파괴적인 혁신과 시장의 새로운 흐름에 관해서는 무엇이든 가로막으려 한다. ‘모든 새로운 것은 불법’이라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퇴행적인 규제 관행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을 걸어잠그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은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은 것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로봇기술·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시대를 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과 불연속적 도약을 특징으로 한다. 과거에 부모들은 자식이 무슨 직업을 가질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식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거나 산업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생존방식을 귀띔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바탕부터 다르다. 오늘날 20대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자신이 30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부모가 자식들의 삶은 둘째 치고 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보살피지도 예측하지도 못하는 시대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확실성을 보장하는 방법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법을 가르쳐야 하며 심지어 그 방법마저 스스로 찾아내야 할 판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가 산업생태계를 장악하려 든다면 나라의 경제 흐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요즘 한국 사회의 혁신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외국 미래학자나 국제경제기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회의 넘치는 경제민주화 법제들, 오리무중인 행정규제, 관료가 허가하지 않고는 혁신이 어려운 사회구조, 한술 더 떠 혁신을 반기지 않는 정치권, 언론의 인기영합적 반기업정서 등. 우리 산업생태계를 숨 막히게 하는 요인은 하나둘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가 간섭할수록 경제적 자유와 민간의 창의는 질식하게 마련이다. 정부가 해야 할 것은 과거와 같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앞장서 끌고 나갈 인재 육성과 그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전 국민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그리고 개인과 기업들의 ‘각개약진’을 허용하는 관용적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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