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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확산되는 노동자 시위...中 개혁 발목잡나
국제 경제·마켓 2016.08.17 18:53:40경제위기 해결 방안의 하나로 공급개혁에 나서고 있는 중국 정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 동요와 반발이다. 경영난에 빠진 철강·석탄 과잉생산 기업들은 이미 비용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조이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까지 겹쳐 폐업에까지 내몰리자 노동자들의 반발 수위는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불만이 강한 곳은 동북3성과 광둥성·산둥성·허난성 등 석탄 산업이 몰려 있는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남부 해안마을 우칸촌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등 시위가 사회 여러 분야로 퍼질 기미마저 보이고 있어 당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시위는 올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관영매체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확산되는 추세다. 노동자 시위 보도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중국 언론에 시위 뉴스가 등장했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반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실제로 극보수 성향의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까지도 3월 지린성 서우강퉁강에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노동단체 ‘중국노공통신(CLB)’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노동자 시위 건수는 2,726건으로 2014년(1,378건)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다. 올 들어서도 2월까지 노동자 시위는 792건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CLB는 지난해 이후 대부분의 노동자 시위는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며 중국 정부가 석탄·철강 분야에서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일 계획인 만큼 앞으로 노동자 시위나 쟁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 초 전인대에서 철강과 석탄 업종의 과잉 생산능력 해소 과정에서 180만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1,000억위안(약 18조원)에 달하는 실업대책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해고 근로자들은 정부의 지원책이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차기 지도자로 꼽히며 주목받던 헤이룽장성의 루하오 성장이 3월 전인대 헤이룽장성 대표단 회의에서 “향후 2~3년간 헤이룽장성 국유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며 “헤이룽장성 국유기업인 룽메이그룹에서 그동안 임금을 못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나자 파장이 확산되면서 노동자 시위 수위가 급격히 고조되기도 했다. 구조조정 기업 해고자 시위뿐 아니라 토지보상 문제 등 사회 이슈 전반으로도 시위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국의 풀뿌리 민주주의 산실로 부각됐던 광둥성의 어촌마을 우칸촌에서는 정부의 강제수용 토지에 대한 보상책에 큰 진전이 없자 5년여 만에 최근 또다시 대규모 시위가 전개됐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가 시위 확산을 우려해 지도자 린쭈롄 전 우칸촌 당서기를 부패 혐의로 구속하며 서둘러 파장을 봉합하려 했지만 시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기업빚 폭증...부동산 '폭탄 돌리기'...中경제 곳곳 거품붕괴 '뇌관'
국제 정치·사회 2016.08.17 18:53:34지난달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에는 3.3㎡당 2억원에 육박하는 고급주택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최고급 타운하우스인 상하이 화차오성의 ‘쑤허완’ 11호가 2억4,200만위안(약 410억원), 3.3㎡당 113만8,000위안(약 1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기 호황의 증거로 평소 같으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더 크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돈의 힘’에 의지한 거품일 가능성이 큰데다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을 키워 경제 역동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의 내로라하는 관변 학자들조차도 공개적인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과도한 부채와 공급과잉, 혁신의 부재, 빈부격차가 중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역임한 리다오쿠이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주가 하락 등은 큰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중국 경제 자체”라고 지적했다. ◇빚 위에 쌓은 중국 경제 신화=최대 위험요인은 막대한 부채다. 중국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공급한 대규모 유동성은 기업과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 이른바 ‘부채 의존형 경제’를 만들어냈다. 지난 2008년 32조7,000억위안이던 중국의 기업부채는 2015년 3·4분기 116조8,000억위안으로 7년 만에 4배 가까이 불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8년 104%에서 2015년 175%로 뛰었다. 빚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는 ‘좀비기업’도 속출하면서 전체 중국 기업의 7.5%가 좀비기업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사실상 ‘폭탄 돌리기’에 돌입한 상태다. 중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4조4,500억위안에서 올해 3월 15조4,900억위안으로 15조위안을 돌파했다. 중소도시에서는 이미 버블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식 미분양 주택면적은 7억1,853만㎡에 달했지만 일각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50억㎡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빚에 의존한 성장은 자연스레 금융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15년 3·4분기 기준 1조1,900억위안으로 4년 전보다 3배 증가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금융(섀도뱅킹)까지 감안하면 금융권 부실 규모는 이보다 수십배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조업 공급은 과잉, 혁신은 정체=부채에 의존하는 양적 위주 성장은 ‘과잉공급’이라는 사생아를 낳았다. 현재 철강 산업은 공장 가동률이 67%, 석탄 산업은 65.8%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잇따라 국유기업 합병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급증할 경우 사회 혼란에 시진핑 지도부의 신뢰도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철강·석탄·시멘트·평판유리·알루미늄·조선 등 6개 산업에서 10%의 생산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며 “이 경우 약 350만명의 실업자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반면 제조업 분야의 기술혁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중국의 단위생산성(생산요소 1단위당 산출량 변화)은 ‘제로(0)’로 떨어졌다. 단위생산성은 기술혁신과 사회구조 개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중국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질적’ 성장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회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성장률이 5%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속성장이 낳은 암세포, 빈부격차=또 하나의 뇌관은 빈부격차 심화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2015년 0.462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소득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0.4를 넘으면 ‘심각’으로 분류된다. 빈부격차는 도시민·농민공(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빈곤층 근로자), 대도시·지방, 동부·서부 사이의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이다. 특히 중국은 아직도 후진적인 호적제를 유지하고 있어 온갖 특혜를 누리는 대도시 시민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혜택은 누리지 못하는 농민공 사이의 차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중화권 매체 계면닷컴은 “도시와 농촌 간, 동서부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인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보수계 싱크탱크인 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은 최근 기고문에서 “시진핑의 중국이 경기침체와 국가채무 증가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중국통 경제관료들이 본 사드보복]"中, 성장둔화 따른 내부불만 '사드'로 돌리기...파국은 없을 것"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8.09 17:53:52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반발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경제부처 내 ‘중국통’들은 중국의 강경한 입장 이면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자존심 문제,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내부 불만 달래기 등 안보 외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지만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9일 경제부처 내 중국 소식에 정통한 한 고위관료는 중국이 한류 스타의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비자 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이유로 △한국에 대한 배신감 △시진핑 국가주석의 자존심 회복 △성장률 둔화에 따른 내부 불만 분출 필요성 등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중국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이나 일본 등 자기편으로 전향하는 국가를 원해왔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 정치·경제 구도상 중국의 입김이 커지기 때문”이라면서도 “한국이 중국 편으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갑자기 사드 배치로 미국 쪽에 서자 배신감을 느끼며 사드에 대해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료는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는데 한국이 이를 무시하고 배치를 결정하자 최고지도자의 자존심이 실추됐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며 하나둘씩 새어 나오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외로 분출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과거 정치·경제적 위기 때마다 북한이라는 ‘공공의 적’을 부각시켜 국민 불만을 외부로 분출했듯이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6%대로 둔화되며 나타나는 사회불만을 사드로 돌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또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행태를 미뤄보면 한국과의 파국까지는 원하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관료들은 상대방과 곤란한 사안이 있으면 아예 만남 자체를 거부한다”며 “하지만 지난달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러우지웨이 중국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한 것은 한국과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비록 면전에서 “한국의 행위는 상호 신뢰에 해를 끼쳤다”는 말을 들어야 했지만 지난달 왕이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 분쟁이 있을 때 중국은 주중 일본대사관 직원들을 ‘백색간첩’이라고 칭하며 대대적인 보복을 가했다”며 “사드 배치로 한국을 대하는 수준이 이처럼 노골적이지 않은 것도 한국과 완전히 틀어지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대신 한국이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되는 것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놓고 보복을 하면 양국의 긴밀한 경제관계가 한 번에 틀어질 수 있어 동북아 정치·경제 역학상 중국도 부담스럽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경제보복 외에도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방법으로 얼마든지 한국을 괴롭힐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한국 시중은행의 중국 지점 설립 인허가를 안 해준다거나 수많은 수출품 통관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中 벤처캐피털 "옥석 가리자"...스타트업 '돈줄' 쪼그라든다
국제 경제·마켓 2016.08.05 18:04:51“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투자자금으로 전성기를 누린 중국 스타트업 시장에 경고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 같은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업계다. 중국이 넘치는 기업 유보금과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엄청난 자금을 바탕으로 안으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밖으로는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고는 있지만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중국 스타트업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며 옥석 가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영국 런던의 컨설팅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중국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신규로 조달된 자금 규모는 4억달러(4,600억원)로 분기 기준으로는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기 기준으로 봐도 올 상반기 13억달러(1조4,800억원)에 머물러 지난해 상반기(26억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2014년 상반기(57억달러)에 비해서는 5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사상 최고의 자금이 쏟아진 지난해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게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투자한 자금은 370억달러로 전년(150억달러) 대비 두 배로 뛰었고 2013년(45억달러)과 비교하면 8배로 늘었다. 하지만 중국의 창업 열기 자체가 식은 것은 아니다. 2014년 365만개였던 중국의 창업기업 수는 지난해는 443만개로 늘었고 올 1·4분기에도 107만개나 새로 생겼다. 하루에 1만개가 넘는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창업자들은 늘고 있는데 벤처캐피털의 투자자금은 줄어들면서 스타트업 시장은 명암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나 드론 제조업체 DJI 등 이미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는 공룡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몰리는 자금에 오히려 투자처를 고민해야 할 처지지만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한 초보 스타트업들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차이나e캐피털의 왕란 회장은 “스타트업은 올여름부터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단 한 가지 고민만 해야 한다”며 “만약 시장에서 아직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건에 상관없이 무조건 잡아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스타트업의 가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스타트업 가운데 10억달러가 넘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은 79개사로 미국(96개)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중국 스타트업의 거품도 점점 꺼질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의 리서치업체 제로2IPO의 재러드 지 연구원은 “최근 규모가 작은 중국 신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면서 “이들 소규모 스타트업은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중국경제 빛과 그림자]'IT·바이오 굴기' 노리는 中...올 獨서만 84억弗 '첨단기업 사냥'
국제 경제·마켓 2016.08.05 18:03:59“유럽이 나서서 중국으로부터 쿠카를 지켜내야 합니다.” 중국의 양대 가전업체 중 하나인 메이디가 독일 산업용 로봇회사 쿠카 인수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귄터 외팅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이에 반대하면서 한 말이다. 1898년 설립된 쿠카는 기술 강국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전통기업으로 에어버스·폭스바겐·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유명 기업에 자동화 로봇 장비를 납품해왔다. 외팅거 위원은 쿠카가 메이디에 팔릴 경우 원천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며 유럽의 다른 기업들에 ‘백기사’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결국 메이디는 주식 매수를 통해 쿠카의 지분을 85.69%까지 늘려 사실상 이 회사의 지배권을 완전 장악했다.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타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다. 쿠카를 사들인 메이디의 경우 올해에만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부문을 인수했고 이탈리아 에어컨업체 클리베도 품에 안았다. 메이디가 인수한 회사들은 모두 사업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축적한 기업들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러한 메이디의 글로벌 인수 행보에 주목하면서 중국 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메이디를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시켰다. 메이디와 함께 중국 양대 가전회사로 꼽히는 하이얼도 원천기술을 노리는 해외 M&A에 적극적이다. 하이얼은 올해 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 부문을 사들였다. ◇M&A로 원천기술 확보해 글로벌 NO. 1 노리는 중국=원천기술을 노리는 중국의 기업 사냥의 주 표적이 되고 있는 곳은 기술 강국 독일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의 독일 기업 인수 규모는 올해 34억달러(3조7,845억원)로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메이디의 쿠카 인수액 50억달러가 제외돼 있어 이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14년 26억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독일·오스트리아 투자은행 부문 공동책임자인 니콜로 살사노는 “독일은 산업 및 엔지니어링 등 중국이 키우고 싶어 하는 분야의 기업이 많기 때문에 M&A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원천기술에 집착하는 것은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규모의 경제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서구 기업을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들이면 특허기업들의 공세를 막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기업 사냥의 원천은 든든한 실탄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중국 기업들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은 1조2,000억달러(약 1,338조원)에 달한다. 이는 3개월 전과 비교해도 무려 18%나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기업 해외 인수합병의 든든한 원군이다. 중국 당국이 설립한 각종 M&A 지원 펀드는 중국 기업의 ‘해외기업 사냥’을 위한 든든한 실탄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 켐차이나(CNCC)가 한국 기업 전체의 연간 해외 M&A 금액보다 많은 430억달러(47조9,149억 원)의 거금을 들여 스위스 종자기업 신젠타를 인수한 것도 중국 정부가 출자한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전폭적인 지지가 배경이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공격적 기업 사냥으로 올해 중국의 전체 해외 M&A 규모는 벌써 1,462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 규모(1,061억8,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헬스케어·반도체 굴기까지 나서는 대륙 기업들=원천기술 집중전략은 중국이 노리는 해외 기업들의 업종 변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3~4년 전만 해도 중국의 해외 M&A는 호주·아프리카 등에 있는 유전·광산 같은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첨단기술을 갖춘 정보기술(IT)·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5월 중국 크리에이트그룹이 영국의 혈액 관련 헬스케어업체 바이오프로덕츠랩을 12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국 헬스케어 기업들은 사업 분야 확대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최근 중국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공을 들이는 분야다. 특히 중국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인 칭화유니그룹은 공공연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타도 대상으로 언급할 정도다. 실제로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미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칭화유니의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인수가 현실화됐다면 칭화유니는 단숨에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수도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이 안 되면 사람을 산다=인수합병 외에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중국 기업의 또 다른 수단은 인력 확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구글에서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이끌던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다. 중국 IT 기업 바이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센터를 신축하면서 응 교수를 데려왔다. 바이두가 최근 자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등 이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도 응 교수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분야에서 핵심인력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핵심인력을 빼내 삼성전자와 같은 선두기업들이 수십년간 쌓은 첨단 노하우를 단숨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는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사업부 최고임원인 앤디 호를 자사의 컨슈머비즈니스그룹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직전까지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 담당 수석부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중국 기업들의 인재 모시기 열풍은 하이구이(海歸·해외유학파)들의 귀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중국 현지언론 징화스바오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이구이들이 중국을 떠난 뒤 자기가 공부한 나라에 정착하는 확률이 중국으로 돌아올 확률보다 높았지만 최근에는 귀환이 대세가 됐다. 2007년에만 해도 30% 남짓이었던 귀국률이 지난해 78.1%까지 치솟은 것이다. 중국의 해외유학생들이 너도나도 귀국 대열에 합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징화스바오는 중국 경제가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좋아졌고 중국 정부와 회사들이 선진국 기업에서 신기술을 배운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 애쓴 결과라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
[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4년후엔 중산층 4억명...글로벌 소비시장 좌지우지
국제 경제·마켓 2016.08.03 18:13:07지난달 31일 찾은 중국 베이징시 북서부 하이뎬구의 마오팡루와 중관춘 등 두 곳의 베이징 샤오미 직영 매장. 지난해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이들 매장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풍경이었다. 짝퉁 이미지 때문에 ‘대륙의 실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샤오미는 지난 2014년 3·4분기 삼성과 애플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 자리를 꿰차며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채 2년도 안 돼 샤오미는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는 물론 신예 오포에까지 밀려나며 5위로 추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샤오미의 입지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안방 탓이다. 성장 기반이었던 내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내 스마트폰 매장 직원인 저우리핑씨는 “요즘은 한국의 송중기와 같은 인기 배우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비보와 같은 신생 기업 제품에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싼 가격만 내세운 샤오미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잡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1억 중국 중산층은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자국 기업은 물론 콧대 높은 전 세계 메이저 기업들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국법이 규정한 공산품 보증기간 2년을 무시한 채 보증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던 애플은 중국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보증 정책을 시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는 최근 북미 지역에서 6명의 어린이가 깔려 숨진 서랍장에 대해 중국에서는 환불만 해주겠다고 밝혔다가 빗발친 비난에 전면 리콜을 해주겠다며 굴복했다. ◇글로벌 기업 전략까지 뒤흔드는 1억 중산층=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급증하는 중국 중산층은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최대 고객이다.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중산층(자산 5만~50만달러)은 1억900만명으로 미국 중산층 수(9,200만명)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만으로 보면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한 셈이다. 신해진 대한상의 베이징소장은 “대부분 성장 국가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으로 올라서야 폭발적인 소비 행태를 보이지만 중국은 8,000달러 수준에 불과한데도 실질 구매력을 가진 1억명의 중산층이 소비 흐름을 이끌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소비 시장의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잡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 중산층 소비 트렌드가 단순 상품 소비가 아닌 품질 소비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CEO가 최근 삼성전자를 직접 방문, 부품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도 더 이상 중국 시장에서 짝퉁 저가폰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중국 소비 시장의 키워드는 부유층·여성·신세대=특히 일반 중산층과 차별화되는 부유층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략 1순위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총자산 1,000만위안(17억원) 이상인 중국 부유층은 121만명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1억위안(17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도 전년 대비 16% 증가한 7만8,000명에 달했다. BCG는 부유층을 포함해 월 가처분소득 1만2,500위안(약 200만원)이 넘는 상위중산층 비중이 2020년에는 전체 가구 수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로 따지면 4억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시장조사업체 알리리서치는 2020년 중국 소비시장이 6조5,0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중국 소비 시장을 이끌 주체로 △부유층 △신세대(1980~2000년대생) △여성을 꼽았다. 10% 안팎의 중국경제 고속성장기에는 월 가처분소득 5,200~1만2,500위안 규모의 중산층이 중국 소비 시장을 이끌었지만 7% 이하 중속성장시대에는 중산층보다 부유층의 소비 기여도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신세대가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5%에서 2020년의 53%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 소비자들도 주목 대상이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여성의 기여도가 4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성취욕이 높으며 자신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젊은 여성들이 소비 시장의 중요 축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 시장 변화 예고하는 고령화·다자녀정책=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소비 증가 추세도 두드러진다. 알리리서치는 중국의 향후 5년 소비 증가액 가운데 인터넷 소비 비중이 42%를 차지하고 이 중 90%가 모바일인터넷 거래를 통해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소비액이 호주의 2014년 한해 GDP에 맞먹는 1조6,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자녀 정책 폐지와 급속히 늘어나는 고령화 인구 추세도 중국 소비의 새로운 변화 요인이다. 중국 거시경제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국가정보센터는 “중국의 계획 출산 시대에 태어난 세대는 급증하고 있는 중국 고령 인구를 부양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중국 인구의 고령화로 사회건강산업과 홈케어 로봇 등의 비즈니스 기회가 풍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리강 씨티그룹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중국의 내수소비가 GDP의 성장에 60% 이상 기여했다”며 “향후 5년간 중국의 가계소비액이 최대 13조7,000억달러까지 증가해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베이징·선전=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중국경제의 빛과 그림자]자국기업엔 화끈하게, 외국기업엔 깐깐하게...노골적 차별 규제
국제 경제·마켓 2016.08.03 18:11:40지난해 8월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내 중국관의 한 화장품 회사 부스는 2만송이의 장미와 유명 영화배우 서기의 등장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이 부스의 주인공은 중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잘라(Jala·伽藍)그룹이었다. 잘라의 급성장 배경은 한국 기업 모방전략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미 한국 기업들이 사용해 인기를 끈 인삼·동백·장미 등을 원료로 사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유럽과 한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던 중국 시장 판도를 바꿨다. 잘라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화끈한’ 정책 지원도 한몫했다. 지난해 5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이 수입 화장품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위생감독 조례’를 개정해 미백화장품을 심사허가가 필요한 특수 분야에 넣어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안전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외국 기업, 특히 현지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는 한국 업체들을 겨냥한 조치라는 의구심을 샀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인민의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단순 하청 공장에서 벗어나 제조·서비스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자국 기업 육성책을 펼치면서 외국 기업에 대한 파격적 지원을 거둬들이는 것은 물론 규제장벽을 높이는 추세다. 특히 전체 수출액 중 대중국 비중이 26%에 달하는 한국은 최근 외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확대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특히 첨단 분야에서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을 편들고 있다. 현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 57곳을 발표하면서 모두 중국 현지 업체들로 명단을 채웠다. 2차전지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며 이미 현지 완성차 업계와의 제휴를 확대하던 삼성SDI와 LG화학은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명단에서 배제됐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자국 기업들을 키우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정부의 크고 작은 차별과 규제로 고전 중이거나 아예 시장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인터넷 검열을 둘러싸고 중국 정부와 대립했던 구글은 현재 중국에서는 접속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들이댄 검열의 잣대는 구글에 기업 존립을 흔들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으며 이를 거절한 대가로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2004년 중국의 문을 두드린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하다. 일차적으로는 소득이나 교육수준이 미국·유럽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중국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의 토종기업 밀어주기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중국 최초의 인터넷기업인 알리바바닷컴은 중국 정부와 한때 ‘밀월관계’로 불릴 정도로 대관업무에 힘을 썼고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현지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짝퉁’으로 대표되는 베끼기 전략과 해외 기업 사냥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현지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더 버거운 것은 현지 기업이 아니라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
[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제조업경쟁력 1위' 2020년엔 美에 뺏길 판
국제 경제·마켓 2016.08.01 18:47:31#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농민공(농촌 출신 저임금 노동자)들로 북적거리던 중국의 ‘제조업 기지’ 주장(珠江) 삼각주의 구인센터는 요즘 예년과 달리 한산하다. 전자부품 조립, 가구, 완구 등 노동집약형 생산공장들이 밀집한 둥완에서만도 지난해 500여개 기업이 도산하며 새 일자리가 사라진 탓이다. 싼 인건비를 쫓아 공장들이 동남아나 중국 내륙으로 옮겨가며 상당수 농민공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찾고 있다. #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는 지난 2012년 중국 쑤저우에서 운영하던 유일한 직영공장을 폐쇄했다. 대신 아디다스는 1993년 이후 24년간 중단했던 독일 생산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노동력을 이용한 제품 생산보다 본사 공장을 자동화해야 오히려 더 품질·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임금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 지위를 누려온 중국 제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인데 인건비가 큰 폭으로 뛰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딜로이트그룹은 미국 생산성위원회와 공동 발표한 ‘2016 글로벌 제조업경쟁력지수 보고서’에서 2010년 이래 줄곧 제조업 경쟁력 1위를 지켰던 중국은 오는 2020년이면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 각국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최고경영자(CEO) 및 고위임원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지난 10여년간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13억 인구라는 거대한 시장과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의 매력에 빠져 앞다퉈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웠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열악한 인프라와 까다로운 규제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가장 앞선 나라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을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가진 나라로 보지 않는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중국 노동력의 원천인 농민공들의 월 평균 임금이 2012년 2,173위안(1·4분기 기준)에서 올해 3,273위안으로 50.62%나 급등했다. 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중국 인건비는 1995년에 비해 15배, 2005년에 비해서도 5배나 상승했다”며 “인건비 상승과 함께 선진국과 중국 간 비용격차가 줄면서 일부 회사들은 생산기지를 더 임금이 낮은 국가로 옮기거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로봇 등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비용격차를 기술로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도 인건비 상승에 제동을 걸며 ‘세계의 공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월 광둥성 지방정부는 앞으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헤이룽장성과 랴오닝성·지린성 등도 2013년 이후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을 발표하는 등 기술혁신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자본들이 독일 쿠카, 이탈리아 지매틱, 미국 파슬린 등 로봇 관련 업체를 잇따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무원은 ‘중국제조 2025’ 서문에서 “세계 대국의 위치에 올랐지만 중국의 제조업은 크게 강하지 못하다”며 “제조업 추월 발전이 우리의 당면과제”라고 밝혔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 순위 출처: 딜로이트 -
[창간 56돌 기획-중국 경제 빛과 그림자] 해외 M&A 올해만 166조...거침없는 中
국제 경제·마켓 2016.08.01 18:47:241,462억달러(약 166조4,000억원).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이 현재까지 집계한 올해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다. 본격적으로 해외 M&A에 나섰던 지난해 전체 규모(1,061억8,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단순 추세로만 본다면 중국의 해외 기업 사냥액은 한국 정부의 한해 살림살이 규모인 386조4,000억원과 맞먹을 태세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종자·비료업체 신젠타, 미국 2위 스마트TV 업체 비지오도 중국 기업으로 간판을 바꿨다. 모바일게임의 대명사 ‘클래시오브클랜’을 만든 핀란드 슈퍼셀도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텐센트의 자회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13억명의 거대 내수시장에서 쌓은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며 경제영토를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M&A를 넘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 아래 성장한 혁신기업들은 단기간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꿰차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창업단지인 선전시 화창웨이에 기반을 둔 드론업체 DJI의 경우 내수를 바탕으로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싹쓸이하며 글로벌 넘버원에 오른 대표적인 예다. 이 과정에서 한해 40만명에 달하는 유학파 인재들이 대거 창업에 뛰어들면서 중국 산업 혁신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들 유학파를 중심으로 중국 내에서 지난해 이후 새로 태어난 기업이 547만개에 달할 정도다. 창업센터에서 만난 게임업체 QQ건의 궈차오쥔 대표는 “최근 금융위기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오지만 선전 같은 신성장동력이 버티고 있는 한 중국 경제는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막강한 자본과 사람을 바탕으로 첨단산업이 고속질주하는 반면 기존 전통산업들은 두자릿수의 고속성장이 멈추고 중속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잉생산·과잉투자로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원자재 부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제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철강을 비롯해 석탄·시멘트·알루미늄의 설비 가동률은 60~70%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자칫 이들 한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는 물론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장의 도미노 붕괴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자본과 시장·인력을 무기로 글로벌 경제지형도를 흔들고 있지만 안으로는 고속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며 “한 단계 도약이냐 정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고급두뇌' 40만명 해마다 싹슬이…중국의 '속내'
국제 경제·마켓 2016.08.01 18:45:43지난 2012년 12월 중국 국가주석에 취임한 시진핑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첫 시찰에 나선 곳은 신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는 선전시다. 시 주석이 이곳에서 맨 처음 찾은 기업은 창업한 지 채 2년도 안 된 무명의 스타트업 ‘광치과학’였다. 일명 ‘아이언맨 슈트’로 불리는 개인용 비행장치를 개발하고 있던 광치과학은 미국 듀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류뤄펑이 동료 4명과 의기투합해 창업한 기업이다. 광치과학을 찾은 시 주석은 류 대표에게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성장해달라”고 주문했다. 3년 반이 지난 지금 광치과학은 시 주석의 희망대로 중국의 대표적인 신경제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류 대표는 “시 주석이 광치를 첫 방문기업으로 선택한 것은 혁신적인 기업만이 중국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광치과학 본사에서 자동차로 30분이 채 안 걸리는 시내 중심 거리에 위치한 화창베이 상가. 류뤄펑처럼 창업 성공 신화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 찬 곳이다. 한때 짝퉁 중국 전자제품의 전초기지로 불렸던 화창베이는 이제 혁신 창고로 변신해 중국 신경제의 심장인 선전을 지탱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이자 창업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선전이 짝퉁 기지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정부 당국의 규제 완화였다. 박은균 KOTRA 선전무역관장은 “중국 정부가 2007년 휴대폰 생산허가제의 족쇄를 풀자 짝퉁 제품을 만들던 곳들이 독자 제품을 내놓으면서 샤오미 같은 브랜드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환러하이안에서는 중국 신경제의 또 다른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기업 ‘DJI’다. 이곳에 위치한 DJI 드론 플래그십스토어에는 드론 시험비행을 지켜보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홍콩 과기대 출신 왕타오 사장이 2006년 창업한 DJI는 보급형 드론 ‘팬텀’을 2013년에 처음 선보인 후 이듬해인 2014년에만 40만대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자금과 인재들이 몰리면서 DJI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0%의 1위 드론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DJI의 성장에는 세계 2위라는 거대시장도 큰 힘이 됐다.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국의 중산층이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선전시의 토박이 기업 화웨이는 한때 싸구려 2등 전자제품 제작사라는 오명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웨이가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섰을 때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도 정부의 규제개혁이었다. 랴오밍중 선전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세금 문제로 화웨이가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선전시 정부가 투자금에 대해 일시 면세 조치를 취한 후 수익이 났을 때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해 수십만명씩 국내외서 배출되는 두뇌들은 중국의 신성장을 이끄는 동력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기치를 내건 후 지난해 말 기준 404만명이 해외유학에 나섰으며 이 가운데 222만명이 귀국해 중국 신경제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가 최근 발간한 ‘귀국 해외유학생 취업 청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귀국한 해외유학생이 40만9,000명에 달했다. 이 중 석·박사 학위 소지자는 열 명 가운데 아홉 명꼴인 90.2%에 달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하이구이들이 외자기업에도 많이 취직했지만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연구기관에도 대거 진출해 중국 경제체질 변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덩샤오핑 개방정책 직후 해외 최우수 인재를 유치한다는 ‘백인 계획’을 세웠고 이것이 모태가 돼 2008년에는 ‘천인 계획’, 2012년 ‘만인 계획’으로 확장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에는 ‘중국제조(Made in China) 2025’와 ‘인터넷플러스’라는 실행계획을 내놓았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신경제 정책에 힘입어 정보기술(IT) 분야의 지난해 성장률은 6.9%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세 배를 웃도는 21%를 기록했다. 우샤오추 중국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해에 수십만명씩 국내외에서 배출되는 두뇌들이 중국을 첨단기술 국가로 변모시키고 있다”면서 “화웨이와 같은 첨단 IT 기업들의 고속 성장이 중국 신경제의 성장동력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BYD, 전기차 판매 1년새 1위 우뚝…DJI는 세계 상업용 드론 70% 장악
국제 경제·마켓 2016.08.01 18:45:37지난해 전 세계에서 전기자동차를 가장 많이 팔아치운 기업은 미국의 테슬라와 일본의 미쓰비시·닛산 등 쟁쟁한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가 아닌 중국의 비야디(BYD)였다. 지난해 기준 비야디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8% 증가한 6만1,722대. 독보적인 선두주자였던 미국의 테슬라는 5만574대를 팔았고 일본의 미쓰비시는 4만8,204대, 닛산은 4만7,671대를 판매했다. 지난 2014년 비야디의 세계 판매 순위는 7위였지만 불과 1년 만에 1위로 수직상승했다. 선전에 본사를 둔 비야디가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왕으로 등극한 것은 거대한 중국 시장의 힘이 컸다. 비야디가 자체 집계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1%. 하지만 중국 내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비야디의 본사가 위치한 선전시는 비야디 전기차의 최대 구매자다. 선전시 정부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대중교통에 전기차를 도입했고 내년 말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전기차로 바꾸기로 하고 1만6,000대의 전기버스를 사들일 계획이다. 세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제품은 전기차뿐만이 아니다.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중국 기업들이 속속 글로벌 제품 1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으로 알려진 DJI도 글로벌 넘버원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2015년 55개 상품·서비스 세계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중국은 한국과 함께 각각 8개 품목에서 1위를 차지해 1위 미국과 2위 일본에 이어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 품목은 PC와 세탁기, 냉장고, 가정용 에어컨 등 전통적인 전자제품도 있지만 풍력발전기·태양전지 등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들도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중대형 액정패널 분야 등은 중국 기업들이 대거 상위권으로 도약해 조만간 시장 점유율 1위까지 넘볼 기세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공을 들였던 한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자국 기업 지원 탓에 희생양으로 전락할 처지에 내몰렸다. 중국 당국은 7월 초 베이징에 국가동력배터리혁신센터를 세웠다. 중국이 지난해 발표한 제조업 혁신전략 ‘중국제조 2025’ 5대 사업의 하나로 전기차 배터리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혁신센터 안에 자국 자동차 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업체, 연구기관들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노리며 한국·일본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성장률 회복을 고민하고 있는 당국이 전통 제조업 대신 신경제 산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선전=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美 맞수'로 급성장했지만...과잉생산·부동산버블로 '혹독한 대가'
국제 경제·마켓 2016.08.01 18:45:31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동쪽으로 3시간여 거리에 있는 허베이성 탕산시. 지난달 28일 기자가 찾은 탕산시 곳곳에는 짓다 만 아파트와 텅 빈 쇼핑상가들이 즐비했다. 중국 철강산업의 메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다. 탕산시는 중국 경제의 부침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도시다. 정확히 40년 전인 지난 1976년 7월 대지진으로 24만명이 사망하고 도시 전체가 파괴되는 피해를 당한 곳이다. 재건사업을 통해 신도시로 변모한 탕산시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철강산업 덕이다. 2006년 이후 연평균 10%대의 경제성장을 등에 업고 한때 세계 4위 철강 생산국인 미국과 맞먹는 양의 철강을 쏟아내며 돈과 사람이 넘쳐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세계 경제가 과잉공급의 충격파로 흔들리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탕산 역시 퇴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 탕산시를 가득 채웠던 중소 철강업체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탕산 시내에서 서남쪽으로 30여분 거리 철강단지에 위치한 푸펑철강은 올 초 중국 법원으로부터 공식 파산선고를 받고 2,000여명의 근로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이날 점심 주변 식당에서 만난 팡저우밍씨는 “기능공으로 5년간 일했는데 갑자기 2개월치 월급도 받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정부가 퇴직자에게 지원을 해준다고 하던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과잉공급과 경기침체로 부도가 난 곳은 푸펑철강만이 아니다. 푸펑철강과 마주한 석회석 공장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은 “여기도 파산해 몇 달 전부터 문을 닫았고 직원은 모두 퇴사했다”면서 “공단 전체가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과잉생산의 상처를 안고 있는 곳은 탕산시뿐이 아니다. 탕산시에서 2시간여 떨어진 톈진시 빈하이신구의 위자푸는 중국 부동산 건설과 금융시장 버블의 또 다른 상징이다. 중국 정부가 2010년부터 2,000억위안(약 35조원)을 투자하며 글로벌 금융도시로 조성하려 했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올 초 금융시장까지 요동치자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며 텅 빈 유령도시가 돼버렸다. 여의도 크기 만한 위자푸 금융가 곳곳에 들어선 마천루들은 대부분 텅 빈 건물들이다. 위자푸 금융거리에는 하루 종일 손에 꼽을 정도의 차량만 오갈 뿐이고 텅 빈 도로에는 유기견들이 어슬렁거리며 도시의 주인 행세를 할 정도다. 위자푸 금융광장에서 만난 한 경비원은 “광장 주변의 고층빌딩 대부분이 텅 비어 있다”며 “제대로 된 식당도 없다 보니 점심식사를 위해 버스를 타고 한두 블록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중국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위자푸 같은 유령도시는 톈진 같은 1선 도시뿐 아니라 네이멍구·윈난 등지의 2~3선 도시 곳곳으로도 번져 있다. 세계 최대 유령도시로 꼽히는 네이멍구의 오르도스는 한때 부자 석탄도시로 명성을 떨쳤지만 과잉의 한파가 몰아치며 한순간에 몰락했다. 중국 매체들은 오르도스 건물 가운데 사무실 입주가 제대로 이뤄진 곳은 2%도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지난해 말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내 유령도시 50여곳을 찾아냈다. 대대적인 건설·인프라 투자는 중국 경제 고속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지만 6%대로 떨어진 중속성장 시대에 이 같은 투자는 과잉공급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공급 개혁’과 ‘국유기업 개혁안’에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노동자들의 반발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6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국 2·6위 철강회사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을 합병하기로 한 것도 파산에 따른 대규모 실직사태가 낳을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단순 인수합병(M&A)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 중국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중국의 산업구조 조정으로 발생하는 실업자가 향후 2∼3년 안에 180만명을 넘어 최대 500만∼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의 과잉생산을 해결하려면 구조조정 같은 경제구조 변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탕산·톈진=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짝퉁에 백기든 원조'..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우버 중국법인 '꿀꺽'
국제 기업 2016.08.01 15:29:10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우버’의 중국 법인이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이 합병한다. 공유경제의 원조 격으로 글로벌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을 휩쓸며 68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지닌 우버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만큼은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디디추싱이 우버의 중국 법인인 우버차이나를 합병하기로 우버 측과 합의했으며, 조만간 합병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기업의 결합은 형식상 합병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디디추싱이 우버차이나를 인수하는 것이다. 디디추싱은 합병 이후에도 우버차이나를 별도 브랜드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번 합병은 상호 주식 교환 형태로 이뤄지며 우버는 합병 이후 디디추싱의 최대주주가 된다. 합병 회사의 가치는 350억달러(약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두 등 우버차이나 투자자들은 합병 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하며 디디추싱은 우버에 1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내 차량 예약서비스 점유율은 디디추싱이 85.3%로 압도적 1위이며, 우버(7.8%), 이다오융처(3.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중국 내 출혈경쟁을 중단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두 회사는 지난 수년간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택시기사와 고객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치킨게임’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우버는 ‘짝퉁’격인 디디추싱에 밀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막대한 손실만 입었고, 투자자들로부터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라”는 압박까지 받아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우버가 중국 진출 이후 2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반면 디디추싱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자국 내 거대 정보통신(IT) 기업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실탄 삼아 시장 점유율을 지켜왔다. 최근에는 애플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WSJ는 “두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는 출혈경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트라비스 카라닉 우버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블로그에 합병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업가의 한 사람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슴뿐 아니라 머리가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버와 디디추싱은 중국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이익을 내지 못했다.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속가능성 서비스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합병 계획이 공교롭게도 중국 당국의 차량 예약서비스 합법화 방침 직후 흘러나온 점도 주목된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달 28일 차량예약서비스가 준수해야 할 운전자 자격과 차량 규격, 이용자 정보 처리 방침 등을 확정해 사실상 법망 밖에서 이뤄지던 차량 예약 서비스를 공적 규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기업간 합병이 협상개시부터 최종 합의까지 최소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의 합법화 발표는 두 회사간 합병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한편 우버는 구글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지도제작 프로젝트에 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우버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지도용 이미지 수집 차량을 운영 중이며 가까운 시일 안에 다른 국가에서도 이미지 수집에 나설 계획이다. 우버는 출범 초기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고 구글맵을 사용했으나 현재 양사는 무인자동차 등 미래 사업 영역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세계 최고 지도제작 전문가이자 구글맵과 구글어스 제작자인 브라이언 맥클렌든을 영입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차이신 PMI 50.6...中 경기 확장 신호? 中 정부는 “제조업 위축”
국제 경제·마켓 2016.08.01 15:08:48중국의 대표적인 민간 경제지표 발표기관인 차이신이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년 5개월만에 50을 넘어 50.6을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이날 발표한 7월 제조업 PMI는 오히려 50 밑으로 떨어져 중국 실물 경기 회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차이신이 발표한 제조업 PMI 지수는 6월치(48.6)나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 의견을 근거로 집계한 시장 예상치(48.8)를 모두 웃돌았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위축, 웃돌면 경기확장을 뜻한다. 차이신은 “내수 성장과 함께 신제품 출시, 영업전략 개선 등이 지표 증가세를 이끌었다”면서 “당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효과로 중국 경제가 처음으로 안정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경기는 되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7월 정부 제조업 PMI는 49.9로 전달(50.0)보다 소폭 하락하면서 5개월 만에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국가통계국은 “7월 PMI 하락의 주요 원인은 남부 지역 폭우로 인한 재해로 생산과 물류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투자의 창] 글로벌 자금 흐름 읽기
증권 국내증시 2016.08.01 11:26:227월 세계 금융시장은 채권과 주식이 동반 강세 흐름을 보였다. 전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채권 강세의 원인이었다면 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한 주요국 정부의 재정 확대 기대감이 주가 강세를 주도했다. 브렉시트의 후폭풍에 따른 경기 회복 둔화 우려와 유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소비 회복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전 세계 주식시장의 강세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원인과 대응 전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전 세계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선진국 경기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인구 비중 확대와 저금리 장기화로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다. 각국의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오히려 저축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경기 회복을 기대한 투자는 빛이 바래졌다. 실제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뮤추얼 펀드’는 지수와 연동된 ‘인덱스 펀드’의 성과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요국이 세계화를 통해 공존·공생의 성장 모델에서 독자생존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점도 큰 변수 중 하나다. 선진국은 소비를 담당하고 신흥국은 제조·생산을 맡는 전통적인 역할 분담의 틀이 깨졌다. 양쪽 모두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외로 나간 공장을 본국으로 ‘U턴’시키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주요국 정부는 화폐 약세를 유도해 기업의 수출 지원에 나섰다. 보호무역 강화 등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부터 시작해 중요한 정책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성장 한계에 부딪힌 주요국은 4차산업 혁명을 통해 산업의 틀을 바꾸고 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T)의 융합으로 나타난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등이 성장을 주도하는 반면 전통산업은 혁신 기술로 인해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패러다임은 장기적으로 변한다. 되도록 빨리 변화의 흐름을 미리 간파한 뒤 자산배분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뜻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 흐름을 꼼꼼히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업종·종목 선택 전략을 추구하는 뮤추얼 펀드에서는 자금이 이탈하고 있지만 상장지수펀드(ETF)로는 계속해서 돈이 들어온다. ETF의 거래 수수료가 싸고 변동성이 비교적 낮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한편 배당주 투자는 안전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위험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금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산업 변화 국면에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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