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아부다비의 황금바위
작가2024.12.2416:12:35
이것은 바위다. 육중한 바위다. 오랜 시간, 모진 풍파를 견뎌낸 바윗덩이다. 자, 이제 연금술을 통해 돌이 금으로 변하노니, 이것은 더 이상 돌이 아니다. 커다란 금덩이다. 언덕 위 나무 옆에 놓인 빛나는 금덩이를 보면, 지나던 사람들 누구나 감탄하며 반길 것이다. 마치 수 천 년 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듯 정겹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변치 않을 것 같은 든든하고 신비로운 황금바위다. 작가 이수경의 2024년작 ‘그곳에 있었다_아부다비’이다. 이수경 작가는 지난 11월 15일 개막해 2025년 4월 30일까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비상을 꿈꾼 여성 작가…이젠,날아 올랐는가? [아트씽]
Pick
2024.12.19
09:34:49
2024년 하반기 가장 의미있는 전시로서 필자는 서울시립미술관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전시와 국립현대미술관 ‘접속하는 몸-아시아여성미술가들전’을 꼽는다. 이 두 전시의 공통점은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맹렬하게 활동했던 여성미술가들의 작품을 살펴본다는 것인데, 특히 그들이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담으려는 노력만큼이나 작업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알게 되면서 더 감동을 받았다. 식민지와
국경없는 미디어아트…싸이페스트 진출한 한국미술
전시
2024.12.17
19:52:24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지각의 지평을 열었고, 예술과 결합해 ‘미디어아트’를 탄생시켰다. 백남준이 꿈꿨던 세상처럼, 미디어아트의 등장은 창작 방식의 혁신 뿐만 아니라 전시와 감상 경험까지도 재편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경과 장르를 초월해 협력, 교류하는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동유럽에서 가장 큰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싸이페스트(CYFEST)의 등장 배경이다. 싸이페스트는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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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8.04 16:00:00한여름 무더위가 최고조에 올랐고, 여름 휴가철도 절정을 맞았다. 휴가지에서의 시원한 기억, 뜨거운 추억을 가슴 속이나 휴대폰 사진첩에만 넣어두기엔 아쉬움이 진하다. 그런 마음이야 조선의 선비도 다를 바 없었으니 진재 김윤겸(1711~1775)은 50대의 어느 여름에 다녀온 영남지역의 명승 14곳을 화폭에 담았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제1929호 ‘영남기행화첩’이다. 그 첫 그림인 몰운대(沒雲臺)는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인근, 바다로 비죽 튀어나온 땅이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낙동강 토사가 쌓여 육지와 연결된 곳으로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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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7.28 17:50:42유난히 기분 좋은 날이 있다.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건만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고, 털어 말린 머리가 뜻대로 자리 잡았으며, 무심코 집어든 양말이 바지 색과 썩 잘 어울리는 데다 출근길 지하철이 기다리지 않게끔 맞춰 도착했다. 딱히 특별할 일 없지만 그런 소소함에 기분이 좋아서, 준비 부족한 기획안이나 심지어 계획안 했던 사랑 고백까지도 받아들여질 듯한 그런 날이 있다. 요절한 화가 최욱경(1940~1985)의 1977년작 ‘환희’는 꼭 그런 기분 좋은 날의 일기 같은 그림이다. ‘환희’라는 단어의 의미는 엄청난 큰 기쁨이지만,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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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7.21 18:08:13눈이 부시게 푸르른 자연 속에 한 남자가 동그마니 섰다. 그를 둘러싼 쪽빛(藍色)이 산이어도 좋겠고, 물이어도 좋겠지만 실상은 가지 늘어뜨린 버드나무다. 한국 현대 동양화단의 대표작가 남정(藍丁) 박노수(1927~2013)가 1980년에 그린 ‘류하(柳下)’, 즉 ‘버드나무 아래서’라는 작품이다. 짙은 파란색 덕분에 눈으로 보기만 해도 온몸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더운 날씨 탓인지 마치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의 찬바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자연을 그린 것이건만 기계 바람에 빗댈 정도로, 요즘은 어디를 가야 저토록 맑고 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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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7.14 16:18:44“히틀러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한 1932년 7월 20일에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아들로,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자로 태어났다. 음력으로 하면 6월 17일(스탈린에 대항하는 봉기일)이다. 한국 전통에 따라 집에서는 음력 6월 17일에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학교 서류와 여권에는 7월 20일이 내 공식적인 생일로 기록되어 있다. 나는 이 날을 더 좋아했는데, 왜냐하면 독일국민이 히틀러에 저항한 날이기 때문이다. 스탈린 때문에 흘린 피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6월 17일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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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7.07 15:43:15‘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 아마도 이쯤 아니겠나. 시인 정지용(1902~1950)이 대표작 ‘향수’를 통해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읊조리던, 애틋한 꿈에서 깨기 싫어 지그시 눈감게 한 그 풍경이 여기 있다. 딱 요맘때 초여름 날씨인 듯 짙푸른 녹음이 산과 논을 가른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의 그 유명한 ‘청록산수’ 중 하나인 1981년작 ‘투망’이다. 화가는 가장 좋아하는 색인 청록을 중심으로 화면의 반 이상을 산으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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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6.30 16:19:31단원 김홍도(1745~1806년 이후)는 주로 남자를 그렸고, 혜원 신윤복(1758~생몰년 미상)은 여인을 많이 그렸다. 단원의 호방한 필치가 남성적이라면 혜원 신윤복의 섬세한 붓질엔 여성적이라는 평이 따른다. 오죽했으면 신윤복을 여장남자로 설정한 드라마가 방송됐을 정도다. 굳이 둘의 풍속화를 나누고 비유하자면 김홍도의 그림은 백자, 신윤복의 그림은 청자 느낌이 아닐까 한다. 투박하게 만든 듯하지만 장인의 노고가 짙은 백자는 손으로 쓰다듬고 싶고 편히 옆에 둘 만하다. 반면 정교한 기법과 화려한 장식으로 한껏 멋을 낸 청자는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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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6.23 17:52:55‘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각 다르다.’ 레프 톨스토이는 그 유명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행·불행의 여부는 차치하고, 별스러울 것 없는 일상의 희로애락은 예나 지금이나 엇비슷하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수확의 기쁨은 다소간 고된 몸도 힘을 내게 하고, 흥미진진한 씨름판은 좌중의 눈을 끌어모으며, 신명 난 무동의 춤사위는 보는 사람까지 어깻짓 하게 만든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 한 편에 150여 명 등장인물을 집어넣어 19세기 후반 러시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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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6.16 15:43:54프랑스 루브르미술관에 걸려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작은 그림이지만 속내 모를 오묘한 미소로 마법을 부려 관람객을 붙든다. 어디를 보고, 왜 웃는지, 웃고 있기는 한 건지, 만족한다는 뜻인지 유혹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연애 시작하는 사람 마냥 그 속을 알고 싶어 안달 나고 또 보고 싶게 만든다. 또 다른 명작인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원래 ‘지옥의 문’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진 시인(詩人)이었으나 따로 떼 크게 제작됐고, 지옥에 몸을 던질지 고심하는 인간의 실존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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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6.09 16:09:16의지할 데 없는 대나무가 세찬 바람을 앞에 홀로 맞서고 있다. 뒤에 선 대나무는 휘청이는 몸을 가까스로 뿌리에 의지했다. 파다닥거리는 댓잎에서 바람의 기세가 느껴진다. 뒤로 젖힌 이파리는 찢어질 듯 위태롭다. 애초 자리 잡고 뿌리 내린 곳이 거친 바위틈이었으니 누굴 탓하겠는가, 이것이 대의 숙명인 것을. 한국 회화사를 통틀어 최고의 묵죽(墨竹) 화가로 평가받는 이정(李霆·1554~1626)의 대나무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손꼽히는 ‘풍죽(風竹)’이다. 그림 속 대나무는 총 네 그루다. 담묵(淡墨)으로 희미하게 그려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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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6.02 19:02:28껍질을 뚫고 나온 죽순(竹筍)에서 승천하는 용의 기세가 느껴진다. 그림 한 폭에 대나무의 생애가 모두 담겼다. 화면 맨 오른쪽이 갓 나온, 그래서 제일 야들야들한 죽순이다. 보통의 나무들은 커가면서 일 년 치씩 나이테를 만들지만, 죽순은 껍질을 벗으며 대나무 마디, 즉 죽간(竹幹)의 형태를 잡아간다. 죽순 시절의 껍질을 늘어뜨린 두 번째 대나무는 그 성장해 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추위가 몰아쳐도 홀로 꼿꼿함을 지키는 세한고절(歲寒孤節) 대나무의 틀을 잡아간다. 돋아난 댓잎이 싱싱한 전성기 대나무보다 실상 더 아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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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5.26 17:20:50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한 조선의 두 정(鄭)씨가 꼽히니 하나는 ‘관동별곡’으로 국문학사를 가로지른 정철(1536~1593)이요, 또 하나가 국보 제217호 ‘금강전도’를 그린 겸재 정선(1676~1759)이다. 1711년 신묘년 가을, 서른여섯의 정선은 처음으로 금강산에 올랐다. 그는 평생을 두고 세 번 이상 금강산을 직접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 그림을 그리던 때가 첫 금강산 여행이라는 게 학계 중론이다. 말로만 듣던 금강산의 풍광을 실제로 접한 정선은 대각선으로 양분한 과감한 화면에 그 흥과 감격을 표현했다.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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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5.19 17:35:40키를 훨씬 웃도는 벽을 맞닥뜨렸다. 그것도 앞뒤 좌우가 꽉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벽이다. 어떻게 해도 벗어나지 못할 벽 같은 막막한 느낌은 삶 속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뛰어넘기는 버겁고 깨부술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종현(82)의 그림은 그 암담한 벽을 뚫는 기분이다. 세계적 미술 명문인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SAIC) 박물관이 소장한 그의 1979년작 ‘접합(Conjunction) 79-31’을 접한 첫인상은 새벽에 소복이 맺힌 이슬 같았다. 동글동글 작은 물감 알갱이들이, 어릴 적 뛰놀던 앞마당 흙을 퍼담아 놓은 듯한 화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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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5.12 22:19:20유학 등 불가피한 이유로 가족들을 멀리 보내고 홀로 남아 생계를 책임지는 ‘기러기 아빠’가 일상어로 쓰이기 훨씬 전, 일찍이 ‘까치 아빠’를 자처한 이가 있으니 바로 화가 장욱진(1917~1990)이다. 통도사 암자 앞에서 만난 스님이 “뭐 하는 사람이오?” 묻자 “까치 그리는 사람”이라며 선문답을 주고받다 ‘비공(非空)’이라는 법명을 받은 일화에도 등장하듯 장욱진은 까치를 즐겨 그렸다. 까치 혹은 참새로도 보이는 줄지어 나는 4마리 새를 두고 부부와 두 아이, 혹은 네 명의 딸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지만 꼭 누구를 몇이나 그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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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5.05 16:54:47일어나라. 다시 일어나라. 단단한 발로 굳은 땅을 밀어내라. 그러면 너는 우뚝 설 수 있다. 두 무릎에 힘을 주고 머리를 들어라, 황소여. 달려라, 너의 새로운 한 발짝이 새 시대의 시작이다. 이중섭(1916~1956)의 ‘황소’는 옹골찬 골격에 강인한 힘을 내뿜지만 늘 보는 이를 응원하고 기원하게 만든다. 느리게 걸어가던 소는 앞발을 들어 올렸다가 내디디려는 그 찰나, 고개를 돌려 관객을 쳐다본다. 타고난 몸집이 컸으나 삐쩍 말라 살 없는 가죽이 뼈에 찰싹 들러붙었다. 소는 어깨를 올려 뿔로 치받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어떠한 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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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4.28 18:22:34여기 맑은 푸른색으로 한국의 산세를 그린 화가 박고석(1917~2002)이 있다. 그의 눈에는 도봉산 암벽의 서슬이 푸른빛 그 자체였다. 산세를 타고 흐르는 푸른 기운은 하늘에 닿았고 숲으로 퍼졌다. 조국의 산하를 푸른색에 담아 그린 김환기(1913~1974)의 푸른색 ‘환기블루’가 동양적 기품의 애잔함으로 심금을 울린다면 박고석의 맑은 파랑은 테너의 음성처럼 힘차게 감각을 자극하고 뇌리를 스쳐 정신을 깨운다. 뚝심으로 고집스럽게 산을 파고들기는 유영국(1916~2002) 못지않았던 박고석이다. 마음에 품은 산을 그리며 산의 추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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