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대표적 ‘골드 베어(금 회의론자)’인 워런 버핏도 결국 금 자산에 투자했다. 그러나 금 실물이 아닌 세계 2위 금광업체에 투자했다.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원자재를 싫어하는 그의 평소 투자 스타일이 금 관련 투자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는 2·4분기에 전 세계 2위 금광업체인 배릭골드(Barrick Gold·티커 GOLD)사의 지분 1.2%를 매입했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는 5억6,500만달러(약 6,700억원)에 해당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8.1% 급등하기도 했다.
금광업체 투자 사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된 버크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서 드러났다. 미국에서 자산 1억달러 이상의 운용자들은 보유종목을 매 분기 말 45일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 버핏은 월가에서 그동안 대표적인 금 회의론자였다. 그는 이익을 창출해내지 못하는 금을 포함한 원자재 투자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대규모 돈 풀기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며 무수익 자산인 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면서 버핏 역시 금 투자 대열에 동참했다.
그러나 버핏은 평소 스타일대로 실물 금 대신 금광업체를 선택했다. 금광업체들은 금값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생산비용은 과거와 비슷한데 금값이 오르면서 마진도 늘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독점력·성장성 등을 중시하는 그에게 금 채굴업체 투자는 금값 상승 시에 적절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2일 18.49달러였던 바릭의 주가는 이달 14일 29.18달러로 57.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버핏의 매입 시기가 2·4분기 중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4월1일(18.87달러)을 기준으로 해도 비슷한 상승률이다. 금값은 선물 기준으로 1월 초 1,555.20달러에서 이달 14일 1,949.80달러로 25.6% 올랐고 4월1일(1,592.50달러) 이후로는 22.7% 올랐다. 금값은 뛰었고 금광업체의 주가는 날았던 셈이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핏은 과거에도 귀금속에 투자한 적이 있다. 1997년 129.7만온스의 은을 사들이며 한때 ‘실버킹’이던 적도 있었다. 버핏은 1997~1998년 온스당 6달러 이하에 샀고 2006년께 13달러선에서 팔았다. 그러나 그가 은을 매도한 후 은값은 수직 상승하며 2011년 5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같은 은 투자 결과에 대해 버핏은 실패였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불만족스럽다는 뉘앙스로 밝힌 바 있다. 그는 2006년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이야기했다. “너무 빨리 사서 너무 빨리 팔았다. 돈을 별로 못 벌었다. 은을 포함한 커머디티는 그냥 앉아서 멀뚱히 나를 쳐다볼 뿐이다. 반면 대부분은 주식들은 이익을 창출해서 투자자들을 위해 차곡차곡 이익을 쌓아간다.”
버핏은 은 투자를 통해 돈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맞지 않는 대상임을 확인했고 그 이후에 투자 입맛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금광업체에 투자한 것은 금 자산에는 투자하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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