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동대문에 문을 연 두산그룹 ‘두타면세점’. 1층 입구에서부터 광고모델인 배우 송중기의 입간판이 매장 곳곳에 들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장에 들른 외국인 관광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길을 멈춘 채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매장 내부는 상호는 물론 인테리어와 집기, 마스코트인 부엉이 조형물, 쇼핑백 등에 이르기까지 온통 분홍색으로 도배됐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37) 두산 유통 전략담당 전무(CSO)의 아이디어로 젊은 관광객이 밀집한 동대문의 특성을 활용해 ‘핑크빛 한류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국내 면세 시장에 동대문 시대를 열게 될 두타면세점이 이날 두산타워 7개 층에 518개 브랜드, 총면적 1만6,825㎡(약 5,090평) 규모로 프리 오픈(1차 오픈)했다. 이로써 지난해 신규 특허를 받은 5개 면세점들이 모두 문을 열며 국내 면세 시장은 본격적인 다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두타면세점은 국내 2위 관광지구인 동대문 인근에 세워진 첫 면세점으로 수입 명품 브랜드 대신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테마로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3~4개 층 이상을 한류 관련 상품에 할애하는 등 한국적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다. 특히 층에 따라 오후11시, 오전2시까지 영업하는 등 국내 최초의 심야 면세점으로 차별화했다. 이는 브랜드 전략은 물론 인테리어·마케팅·콘텐츠 등 전분야를 총괄한 박 전무의 첫 경영 승부수이기도 하다. 두산 관계자는 “각국 젊은 관광객에게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것을 목표로 젊은이들을 위한 야시장이나 여행 패키지 등을 마련해 특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층별로는 1층에 에스티로더·로레알·LVMH·LG생활건강 등 글로벌 화장품·향수 브랜드들이 입점했고 아모레퍼시픽도 6월 개점을 예고했다. 6층은 선글라스·주얼리 등 각종 액세서리 브랜드가 들어서 고객을 맞았다.
각종 한류 콘텐츠도 총망라됐다. 면세점 3층에는 6개월 한정으로 드라마 세트장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 ‘태양의 후예관’이 들어섰다. 4층에는 한복, 전통 공예품을 체험할 수 있는 ‘한국문화관’이 입점했고 7층에는 동대문 상권의 특성을 십분 살려 국내 유명·신진 디자이너와 빈폴·쿠론 등 주요 패션 업체 매장이 오픈했다. 8층에는 K뷰티의 주역인 국내 각종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입점 화장품 브랜드 숫자는 총 94개로 국내 면세점 중 최대 규모라고 두산은 설명했다. 9층은 쿠쿠·휴롬·뽀로로·KT&G 국내외 리빙·생활·가전 업체가 모인 마트형 매장으로 꾸며져 국제특송(EMS)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반면 명품시계·주얼리, 럭셔리 부티크 등 고가 수입 명품 매장을 예정했던 2층과 5층은 각각 오는 8~9월로 개장을 미뤘다. 3층도 10월 이후에는 최상위 명품관으로 꾸며진다. 이에 따라 두타면세점의 그랜드 오픈(전층 개관)은 중국 국경절인 올해 10월1일 이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주요 수입 브랜드 유치가 미뤄지면서 올해 말까지 5,000억원으로 잡았던 매출 계획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자유 관광객 비중이 높은 동대문의 특성에 70여개의 여행사와 제휴해 단체 관광객 유치 기반을 마련하는 등 여행객 유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두산 측은 설명했다.
한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이날 유통업이 모태인 국내 최고(最古)의 그룹 두산이 면세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과 관련해 “수고 많이 했고 이제부터 시작이니 반드시 성공시켜달라”고 관련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 “100%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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