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경기 불황으로 올해만 전 세계적으로 200개의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수주잔액 중 절반 가까운 물량이 올해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지만 후속 수주 부족으로 일감이 바닥나 연말쯤이면 조선소를 더 이상 가동하기 힘든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 관련 업계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덴마크의 선박금융 기관인 ‘DSF(Danish ship finance)’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5월 해운시장 리뷰(shipping market review)’ 보고서를 소개했다.
DSF는 올해 조선 경기 악화로 전 세계적으로 200개 조선소가 폐업해 올해 말에 530곳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조선 주문 취소와 납기 연장, 신조선 발주량 감소로 인한 물량 부족과 재무구조 악화 때문이다.
게다가 신규 발주가 없는 상황에서 수주잔액이 올해 대폭 줄어들어 내년부터는 일감이 없어 고사하는 조선소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DSF는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 수주잔액 가운데 45%가 올해 인도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조선 업체 중 약 52%가 수주 잔량의 90%를 올해 인도하기로 돼 있다. 특히 일감이 1년 치도 남지 않은 조선소가 340곳에 달하고 이 중 4분의3이 올해 말 수주잔액이 ‘제로’(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조선소의 경우 특히 수주잔액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DSF는 중국 조선업 수주잔량의 70%는 납기 연장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전 세계 조선소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내년까지 대부분의 조선소가 문을 닫을 것”이라며 “이는 우후죽순 생겨난 조선산업의 생산능력이 조정돼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심각한 구조조정 과정은 국내 조선소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이베스트증권은 STX도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으며 성동조선해양도 블록공장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양형모 연구원은 “한번 문을 닫은 조선소가 재정비 후 조선 산업에 진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조선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돼 결국 살아남은 조선소들만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조선소는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까지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전체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조원이 넘는 추가 자구안(가안)을 채권단에 제출한 상태로 외부 회계법인의 경영진단을 이달 말 완료하면 자구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최근 인력감축·자산매각 등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산은에서 보완을 요구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생산직까지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하이투자증권 등의 자산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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