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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값 놓고 철강사-조선사 갈등 격화

철강사 "후판 수익성 악화 더는 못 참아"

조선사 "원가 비중 높아 인상 불가" 맞서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을 둘러싼 철강과 조선사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은 조선사들과 올 하반기 후판 납품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철강사들은 그동안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조선사들의 사정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지만 이제 임계점에 달했다는 입장이다. 국제 철광석 시세는 지난해 12월 톤당 38달러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올 4월 6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잠시 주춤했지만 5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사들은 올 들어 열연·냉연·철근·H형강 등 주요 철강제품에 대해 거래처에 톤당 10만~20만원씩 가격 인상을 통보했지만 조선용 후판은 올리지 못했다. 현대제철만 겨우 한차례 소폭 올렸지만 원가보전 수준이어서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철강사 관계자는 “더 이상 조선용 후판의 수익성 악화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이번에는 기필코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용 후판 납품 가격은 현재 톤당 60만원선으로 지난 2008년 하반기의 110만원선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게다가 갈수록 후판 공급물량마저 줄어 가격을 올려 수익을 보전해야 한다는 게 철강사들의 입장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후판 수요는 2013년 551만톤에서 2014년 607만톤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약 580만톤으로 감소했다.

철강사들의 후판 공장 가동률도 떨어졌다. 포스코의 경우 호황기 때 700만톤(건설용 포함) 이상 생산했으나 지난해 600만톤 생산했으며, 현대제철도 350만톤 규모 공장에서 실제 250만톤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철강사들은 후판 공장 가동 비용을 뽑으려면 가격이라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이 STX조선해양에 납품한 후판 대금 800억원이 회생채권으로 묶이는 등 돌발변수까지 발생하며 후판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사들의 저항 역시 거세다. 선종에 따라 선박제조 원가의 10~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소폭이라도 인상되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수익성이 더욱 나빠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다양한 제품군을 갖고 있어 후판 가격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조선사에 후판 가격은 워낙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구조조정과 수주절벽 등 현재 경영상황을 고려할 때 가격 인상에 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후판 수요가 줄어드는데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 수요는 줄고 중국산을 포함한 국내외 공급은 넘치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장 수급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유건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가격으로는 철강사들이 조선용 후판에서 마진을 남기기 힘든 수준”이라며 “후판 가격을 올려도 의미 있는 수준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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