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百聞)이 불여일승(不如一乘)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 마리나 클럽&요트에서 열린 ‘아이오닉 일렉트릭’ 시승회. 곽진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장이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성능을 직접 체험해 보라며 한 말이다. 가솔린이나 디젤은 물론 하이브리드에 비해 가속력은 다소 뒤질지 몰라도 정숙성과 아기자기한 주행성능이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들렸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국내 첫 전용 전기차(EV)다. 기존 차종의 전기차 버전은 있었지만 전용 모델은 아이오닉이 처음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올 초 출시된데 이어 전기차 모델은 지난 3월 제주도 전기차 엑스포에서 공개됐다. 하반기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나온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지난 5월 정부 연비 인증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 191㎞를 인정받아 주목을 받았다. 한번 충전으로 191㎞를 갈 수 있다. 국내에 시판 중인 경쟁 차종에 비해 짧게는 43㎞, 길게는 100㎞를 더 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의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덜었다. 급속 충전하면 24~33분, 완속 충전 때는 4시간25분이 걸린다.
이날 시승은 마리나 클럽&요트를 출발해 반환점인 강동구 고덕동 스테이지28까지 약 30㎞를 왕복하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와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과 도산대로를 달리는 도심 구간을 적절히 섞었다. 주행성능과 연비 효율성을 함께 체험해보라는 의도다.
전기차답게 출발이 부드럽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로만 작동하니 엔진 소음이 없어 차가 출발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고속 주행 때 노면 소음과 풍절음(차와 바람이 부딪쳐 나는 소리)이 들렸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준중형 차급이지만 안전사양도 다양하게 갖췄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기본이고 자동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과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LKAS),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이 탑재돼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7개의 에어백이 적용됐고 초고장력 강판을 53% 적용해 단단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최대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긴 주행거리다. 28kWh의 고용량 리튬이온폴리머배터리를 탑재하고 △히트펌프 시스템 △운전석 개별 공조 △회생 제동 시스템 등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고효율 전기차 시스템을 총동원했다. 여기에 후드·테일게이트 등 차체 일부를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차량 무게를 줄이고, 전면 라이에이터 그릴부를 막음 처리하는 등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것도 주행거리 향상에 일조했다.
이날 기자의 연비는 kWh당 8.2㎞가 나왔다. 이 같은 연비로 계속 주행하면 약 220㎞까지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차가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총거리를 휘발유나 디젤 등 ℓ당 유종 사용 시 연비로 환산한 개념인 전비(電費)로 환산하면 약 41㎞/ℓ가 된다. 서울 시내에서 출퇴근할 경우 하루 왕복거리가 대략 40㎞ 정도 된다고 가정하면 1회 충전으로 닷새 정도는 충전 걱정 없이 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다양한 장점을 갖췄음에도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기어노브를 전자식 변속버튼(SBW)로 바꾸고 센터콘솔에 수납공간을 설치한 것을 빼고는 하이브리드 모델과 별 차이가 없고 7인치 듀얼모드 버추얼 클러스터를 비롯해 센터페시아가 전체적으로 기존 현대차 차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친환경 전용 모델이라면 좀 더 진보적인 센터페시아를 갖췄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진화해야 할 부분이다.
최대출력 88kW(120마력), 최대토크 295Nm(30㎏·m)의 힘을 내며 N트림과 Q트림 2종이 판매된다. 가격은 4,000만~4,300만원(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감면 적용 기준)이며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 혜택을 받으면 2,000만~2,500만원선에 구입할 수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배터리에 대해 10년 20만㎞ 무상 보증을 실시하고 충전시설을 확충해 전기차 보급에 앞장 설 계획이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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