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민 혈세를 조선업 구조조정에 직접 투입하기로 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적인 추경이라면 나라 빚을 내(적자 국채 발행) 돈을 마련한다. 국민 부담은 국채 이자를 지급하고 중장기적으로 높아진 국가부채를 짊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은 13년 만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계획보다 더 거둔 세금을 활용한다. 즉, 개인이 낸 세금이 곧바로 조선업 구조조정에 투입된다. 국채 발행보다 국민 부담이 훨씬 직접적이다. 조선업 업황이 좋을 때는 ‘그들만의 파티’를 즐긴 이들에게 상황이 어려워지니 국민 혈세를 투입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정부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총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의결했다. 추경 재원은 올해 정부 계획보다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세금 9조 8,000억원에 지난해 더 거둔 세금 1조 2,000억원을 합한 규모다. 이는 26일 국회에 제출돼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른다.
이 중 총 2조 1,000억원은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에 쓰인다. 수출입은행에 1조, 산업은행에 4,000억원이 현금 출자된다. 중소 조선사에 일감을 지급하기 위한 관공선 건조에 1,000억원이 투입되고 조선업 종사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2,000억원, 중기 신용보강용으로 4,000억원이 지원된다.
특히 조선업 부실을 방관하고도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방만경영을 한 수은과 산은에 국민 혈세가 직접 투입돼 문제가 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공기업 주식을 ‘현물 출자’하려 했지만 당정 논의과정에서 총 1조 4,000억원의 세금을 직접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돈은 대출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는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와 달리 추후에 돌려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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