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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민연금 의결권 위원 줄사퇴...주총 앞두고 의사 결정 '비상'

삼성 합병 논란 후폭풍 커지자

의결권 행사 부담에 2명 사퇴

3명 임기만료...9명중 5명 공석

김영란법 후 위원회 기피 뚜렷

정부 빈자리 채우기 깊은 고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이 정치·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오면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의 줄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위원 두 명이 돌연 사퇴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다른 위원 3명의 임기가 끝나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이 공석인 상태다. 특히 정부가 추가 충원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 기업들의 주요 의사 결정이 몰려 있는 정기 주주총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1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대표 추천으로 의결권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오정근 건국대 금융정보기술(IT)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학계 추천으로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 당시 의결권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성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도 지난해 말 위원직을 그만뒀다. 의결권 전문위 위원이 임기 전 자진 사퇴한 것은 2012년 2월 지홍민 이화여대 교수와 김우찬 KDI 교수가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에 반발해 사퇴한 후 5년 만이다.

김성민 한양대 교수




560조원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100조원에 이른다. 웬만한 대기업의 주요 주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의결권 전문위에 부의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린 것이 뒤늦게 문제가 돼 특검 수사의 표적이 됐다.

오 교수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소신껏 위원회 활동을 해왔는데 삼성합병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성합병 논란 후 의결권 전문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안건을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말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특검 수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합병 반대를 이유로 안종범 전 수석을 통해 교체 대상으로 지목한 위원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는 물론 정보 담당 기관까지 동원해 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위원들이 더욱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석 위원 빈자리 채우기도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사용자 추천 위원인 조영길 변호사를 비롯해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근로자 추천), 황인태 중앙대 교수(지역가입자 추천)의 임기가 지난 12일부로 종료됐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의결권 전문위가 주로 활동하는 시기가 주총 시즌이 몰려 있는 3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중으로 각계 대표들의 추천을 받아 위원 임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지만 가뜩이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정부 위원회 기피 현상이 뚜렷해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민우·박호현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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