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잠금화면 광고플랫폼 버즈빌과 옐로모바일의 쇼핑 플랫폼 쿠차는 지난해부터 특허 기술과 관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해당 특허 기술은 ‘애플리케이션에 포함된 광고 모듈을 이용한 광고 시스템과 그 방법’으로 앱에 잠금화면 기능을 탑재해 광고를 노출하고 잠금화면을 밀면 이용자에게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쿠차가 2015년 12월 유사한 방식의 ‘쿠차 슬라이드’ 기능을 기존 앱에 추가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버즈빌 측은 쿠차가 출시한 슬라이드 서비스의 내용과 형태가 자신들의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고 특허심판원도 쿠차가 버즈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쿠차 측은 지난해 12월 말 특허법원에 항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인 ‘다방’과 ‘직방’도 운영방식을 두고 끊임없이 다퉈왔다. 다방 측은 “직방이 자사 서비스만을 이용하는 고객(부동산 중개소 또는 개인)의 매물을 다방 등 경쟁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회원들의 매물보다 상위에 노출시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며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직방 측은 “오히려 다방이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직방의 홈페이지와 사용자환경(UI)을 베껴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올해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됐지만 벤처 생태계가 골고루 발전하지 못하고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손쉬운 창업만 넘쳐나고 있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1차 벤처 붐때만 하더라도 벤처기업들은 정보통신기술(ICT) 전 영역에 걸쳐 골고루 창업이 이뤄졌었지만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같은 비교적 쉬운 분야에서 ‘붕어빵’ 같은 업체들만 난립하면서 시장 빼앗기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결합(O2O)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대표적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국내 O2O 서비스 시장은 연평균 42.2%씩 커지고 있다. 2014년 1조1,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2조1,000원으로 성장했으며 올해에는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O2O 앱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같은 종류의 업체들끼리 제 살 깎아 먹기식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도 혼탁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앱스토어에 등록된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만 6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털(VC) 업체들도 마땅히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창업이 부쩍 늘어나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교육부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가 발표한 전국 대학교 취업 현황에 따르면 대학 내 창업기업 수는 2014년 294개에서 지난해 6월 기준 747개까지 급증했다. 상장사 VC 대표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창의적이고 새로운 영역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유통·서비스 등이 압도적으로 많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며 “배달·숙박 등 O2O 애플리케이션과 기능성 화장품 제조 등으로 국내 창업 분야가 치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현실(VR)이나 드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분야의 스타트업은 투자를 하고 싶어도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창업만 늘어나는 원인으로 ‘받기 쉬운 투자금’이 꼽힌다.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창업을 장려함에 따라 민·관에서 많은 지원 정책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투입된 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대학알리미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의 경우 대학생 창업팀 한 곳에 평균 5,000만원의 지원금이 들어갔다. 재학 중 창업에 성공해 연매출 100억원을 올리고 있는 김명환 씨(가명·27)는 “대학교 내 마련된 창업보육센터나 민간 엑셀러레이터 등에서 여는 각종 창업경진대회와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받은 자금으로 ‘스펙 쌓기용 창업’에 뛰어드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초기 투자를 받은 이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투자금으로만 연명해 나가는 ‘좀비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ICT 기반으로 성장했던 벤처 1세대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창업 생태계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화장품 뷰티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퇴사한 이 모씨(31)는 “한 곳에서 받은 투자금을 돌려줘야 할 때가 되면 다른 곳에서 대표가 다시 투자를 받아서 메꾸곤 했다”며 “월급이 밀린 적은 없지만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서도 대표와 임원진이 투자 돌려막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실망하고 회사를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벤처 생태계가 살아나게 하려면 다양한 영역에서 창업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영달 동국대학교 교수는 “미국에서는 O2O란 표현도 잘 쓰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이 쪽에 투자된 금액이 상당하다”며 “엑시트(투자자금 회수)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식으로 ‘거품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게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트렌드를 좇아 창업이 몰리는 것을 막으려면 기술력 있는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도록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고 융합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기존 시장이 아닌 혁신적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