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6일 상장 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주가 200만원 시대를 연 것은 실적과 주주환원정책,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등 세 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흔히 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의 단골 재료로 쓰이는 이들 세 요인은 삼성전자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번갈아가며 주가 방어와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제 삼성전자의 주가 200만원 시대를 상수로 놓으면서 앞으로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75년 6월11일 액면가 1,000원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당일 종가는 1,050원. 단순 계산으로 2,000배 올랐으나 현 액면가가 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42년간 주가는 380배 올랐다.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할 때까지 꼬박 36년이 걸렸고 다시 20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6년이 더 소요됐다. 지난 6년간 국내 증시가 박스권(1,800~2,100포인트)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110만~150만원 사이에서 정체됐고 답답한 국내 주식시장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돼왔다.
삼성전자 하면 으레 무거운 주식이라는 선입견이 깨진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당시 공개서한을 통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주주환원정책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발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한 달 뒤 삼성전자는 엘리엇의 요구 가운데 지주사 전환을 검토 사항으로 분류하고 잉여 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이용할 계획을 내놨고 주가는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날 삼성전자가 자사주 9조3,000억원을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 계획의 연장 선상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11조원대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활용해 ‘갤럭시노트7’ 사태와 3·4분기 실적 둔화 등 위기 때마다 주가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 호조로 지난해 4·4분기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가운데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인 자사주 매입 결정이 뒤따르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고평가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5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79배로 동종업계 라이벌인 애플의 14.67배보다 높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호조로 실적 개선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9조원에 이르는 자사주 매입 실탄은 주가하락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40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 추정치보다 5조원 이상 늘었다.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가 지난 24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5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올린데 이어 이날 크레디트스위스도 265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대부분 230만원대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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