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완성차 업체인 한국GM의 국내 생산 물량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던 일부 차량은 단종하고 출시 예정인 차량들은 모두 수입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이후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고용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최근 노동조합과 가진 올해 첫 미래발전위원회에서 군산공장에서 생산 중인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더 이상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캡티바 후속 모델인 대형 SUV ‘에퀴녹스’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수입 판매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올란도의 생산 중단은 다목적차량의 수요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이동하고 있고 연비 규제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를 대폭 바꿔야 하는 점이 이유다. 대형 SUV 에퀴녹스는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노조와 논의가 진행됐지만 생산 공장 개선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점, 차량 제원이 커져 원가가 높아질 경우 판매가가 비싸져 판매량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이 수입 판매하겠다는 이유다.
그나마 국내에서 생산을 시작한 준중형 세단 신형 크루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신형 크루즈는 경쟁 차종인 현대차의 아반떼(1,400만~2,655만원)와 비교해 최대 400만원가량 더 높아 출시 후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나마 국내 공장에 배정 받은 생산 물량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이 올해 국내 출시했거나 앞둔 차량들은 모두 해외에서 수입한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볼트(Volt)’와 순수 전기차 ‘볼트(Bolt)EV’가 대표적이다. 앞서 인기를 끌었던 임팔라나 카마로SS 모두 수입 판매 중이다.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 역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1월 판매 실적을 보면 전년 대비 11.8% 감소한 3만5,199대였다. 지난해 수출 물량도 41만6,890대로 10%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최근 신형 말리부의 인기로 분위기가 좋지만 다음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은 우려스럽다고 보고 있다. GM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생산 물량을 줄이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국GM은 글로벌 GM 생산의 5분의1을 담당하며 GM의 저비용 수출기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인건비가 50% 이상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GM의 지분 매각금지가 올해면 끝난다”며 “관련 지분을 미국 GM이 인수할 경우 한국GM의 국내 철수와 같은 경영 상황에 대한 견제 장치는 완전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추가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수입해 차종을 판매하는 움직임에 따라 국내 고용과 생산 물량 축소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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