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1,35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의 부실 경고음도 한층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3.1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더욱이 지난해 9월 말 현재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열에 일곱 이상(71.6%)이 변동금리고 비은행의 비중이 더 높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1,344조원의 가계 빚 중 상당수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이 받는 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비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많이 받은 상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는 대출금 중 74.2%를 비은행을 통해 받았다. 저소득(소득하위 30%)층의 비은행 이용 비중도 47.3%로 전체 평균(42.3%)보다 높았다. 한은은 지난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 또는 저소득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했는데 지난해 9월 말 현재 14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이 진 빚은 78조6,000억원이다. 자영업자도 위험한 상태다. 남윤미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음식·숙박업의 평균 생존기간이 3.1년에 불과할 정도로 취약한 상태”라며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전체 자영업자 폐업 위험률이 7.0~10.6% 커진다”고 분석했다.
좀비기업의 줄도산도 우려된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한계기업은 2015년 현재 3,278개에 달했다.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 2만4,392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그동안은 저금리로 연명해왔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한꺼번에 문을 닫을 수 있다.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연결되고 결국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0.5~0.75%인 미국 정책금리가 앞으로 0.25%포인트씩 두 번만 인상되면 1.0~1.25%가 돼 한국(1.25%)과 같다. 올해 말까지 세 번 인상되면 한국을 앞지른다. 금리 인상에 따른 저소득층 문제는 미시대책으로 대응하면 되지만 한미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결국 한은도 금리를 올리는 압력에 직면한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2%)를 넘어서는 가운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커지면서 하반기를 기점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논란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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