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위기와 대외 악재를 뛰어넘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결과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외국인이 돌아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북핵 위기가 여전히 시장에 위험요소로 자리 잡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개선 흐름과 어닝 시즌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코스피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6%(23.11포인트) 오른 2,196.85에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종전 연중 최고치는 지난달 21일 기록한 2,178.38이다. 코스피는 장중 기준으로도 종전 연중 최고치인 2,182.42(3월23일)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코스피와 지난 2011년 5월2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2,228.96) 간 차이는 불과 32.1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날 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홀로 6,516억원어치를 쓸어 담는 가운데 삼성전자만 2,96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4월 들어 차익실현에 나섰던 외국인은 20일 이후 나흘 연속 1조3,08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1·4분기에 2조4,67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SK하이닉스(1,760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이어 NAVER(741억원), 삼성전자(617억원), LG생활건강(556억원), 신한지주(549억원), LG전자(470억원), LG화학(456억원) 등 큰 폭의 실적 증가가 예상되는 업종 대표주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날 3.54%나 오르며 213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 지난달 21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213만4,000원)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국내 증시가 이달 들어 잇따른 대외 이벤트에 조정을 겪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반갑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5조4,52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4월부터 미중 정상회담, 미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이슈, 사드 보복, 프랑스 대선 등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대외 일정들이 줄을 잇자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며 관망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외국인은 이달 초부터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8,011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놓고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투자 심리도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대선 결과가 시장의 예상대로 나온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안 발표 등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하는 조치들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1차 대선에서 우려했던 유럽연합(EU) 회의론자인 마린 르펜과 장뤼크 멜랑숑의 결선 투표가 좌절되면서 금 가격이 하락하고 달러·엔 환율이 110엔을 넘어서는 등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대표적인 위험자산 군인 국내 증시에는 호재다. 곧 발표될 미국의 세제 개혁안도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대북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코스피는 과거 ‘북한 충격’으로 급락해도 수일 안에 대부분 사건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오히려 어닝 시즌이 반환점을 돌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높아진 실적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코스피 상승세가 재가동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의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가 2011년 2,230 넘어설 당시 125조원에서 현재 180조원으로 늘어났다”며 “코스피가 5∼6월에 역사적인 고점 돌파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