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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합리적 제안"이라지만...더블스타 수용 힘들어 매각 무산될 수도

[박삼구의 역공...금호타이어 매각 새국면]

상표사용료 0.5%로 올릴땐

20년간 약 3,000억 내야

더블스타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미래 불확실성 커져

수정 제안 추가협상 가능성도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마음을 비운 것 같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위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을 좌우할 금호 상표권에 대한 금호산업 이사회 결과가 나온 뒤 이렇게 말했다.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상표권 사용기간과 관련해 기존 입장인 5년 조건부 허용을 고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산업은행이 제안한 20년 독점 사용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박 회장 측이 상당 부분 양보했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호 측이 상표권 사용을 사실상 불허했다고 보고 있다. 상표권 사용료율과 20년간 사용 해지 불가 조건 때문이다. 금호 측은 상표 사용료율을 산업은행이 제시한 매출액 대비 0.2%가 아닌 0.5%로 2.5배 더 달라고 제안했다. 더블스타가 만약 이를 받아들이면 연간 금호 측에 지불할 비용은 3조원가량의 금호타이어 매출 적용 시 6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늘어난다. 20년간 모두 3,000억원을 내야 한다. 향후 20년간 금호타이어 매출이 더 늘어날 수도 있어 상표권에 따른 지불금액을 정확히 추산하기도 힘들다. 더블스타는 앞서 금호타이어 인수액으로 9,500억원을 써냈는데 여기에는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2,000억원이 이미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이미 브랜드 사용료를 반영했는데 추가로 3,0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블스타가 사실상 금호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금호 측의 브랜드 사용료율이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국내 지주사들은 대부분 매출액의 0.5% 전후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프랑스 르노로 매각된 삼성자동차는 ‘르노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연매출액의 0.8%를 사용료로 지급한다. 삼성그룹 내 삼성웰스토리는 0.5%를, CJ 계열사는 0.4%를 낸다. 금호타이어와 같은 업종인 한국타이어의 경우 국내는 0.4%, 해외는 1.0%의 사용료를 받는다. 산업은행과 더블스타는 브랜드 사용료율 산정 시 금호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이 0.2%를 적용받고 있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만약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면 금호 브랜드 관리가 쉽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계열사인 금호산업이나 아시아나항공 등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비용을 좀 더 지불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더블스타가 향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추가 협상을 요구해 채권단이 수정제안을 또 한 번 할 수는 있다. 매각협상 종결일이 오는 9월23일이어서 시간적 여유도 있다. 금호 측이 브랜드 사용료율 외의 조건에서 전격적으로 산업은행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 역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이번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딜이 깨지게 되면 금호타이어의 미래는 불투명하게 된다. 상표권 사용은 매각 종결을 위한 선결 요건이어서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블스타는 아무런 페널티 없이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금호 측이 브랜드 사용과 관련해 협조하지 않아 더블스타와의 딜이 깨질 경우 9월 말로 예정된 금호타이어의 채무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법정관리로 보낼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 역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의 핵심조건인 상표권 문제를 채권단이 너무 쉽게 보고 딜을 진행해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며 “채권단의 일방적 매각 작업이 오히려 금호타이어의 불확실성만 키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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