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혼자 증시를 이끌어가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80%(4만4,000원) 오른 249만4,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사흘 연속 상승했다. 장중에는 사상 처음으로 250만원을 터치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의 고공행진 속에 삼성그룹주 시가총액도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기관이 3,000억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시가총액 상위 대부분 종목이 떨어졌지만 코스피는 삼성전자 덕분에 2,390선을 지켰다. 이날 유가증권 전체 종목(875개) 가운데 60% 이상인 542개 종목이 하락할 정도로 시장은 약세를 보였지만 삼성전자가 오르면서 지수 하락 폭은 크게 줄였다.
코스피에서 심화하는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삼성전자를 빼고 지수를 계산해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지수가 2,400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지수는 2년 전 수준(1,880~1,970선)에 머물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우선주 제외)은 325조8,872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총(1,498조2,562억원)의 21.75%를 차지한다. 현행 코스피지수는 시가총액 가중평균방식을 쓰고 있어 주가 변동에 따른 시총 변동 이외의 이벤트(유상증자·신규상장)가 없다고 가정하면 지수는 전체 시총 변화에 수렴한다. 이날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시총은 1,172조3,690억원으로 2015년 8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 시총과 비슷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7포인트 올랐을 때 삼성전자의 지수기여도(주가변화가 반영된 주가지수-주가변화 없다고 가정한 주가지수)는 138포인트로 지수 상승의 70%를 삼성전자 한 종목이 책임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편중 현상이 심해질수록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자칫 삼성전자의 주가가 조정을 겪으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분산투자와 위험관리의 효율성, 매매형태 및 시장 유동성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시가총액이 큰 소수의 종목에 의해 지수가 왜곡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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