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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중 9대 미국에 파는데…한국GM, 보편관세 '비상'

美 본사는 대응전략 '묵묵부답'

멕시코 등 해외 생산량 줄일듯

"韓시장 철수 불붙을라" 우려도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23년 국내 수출 1위 모델에 올랐다. 사진 제공=한국GM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한국GM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움직임에 비상이 걸렸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90%인 상황에서 최대 20%의 고율관세 부과 시 급격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미 본사인 GM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한국GM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과 주요 협력 업체들은 최근 미 GM 본사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 대응 방안과 해결책을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GM은 GM의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기지로 관세 부과 시 경영 악화와 수출 물량 감소가 우려돼 본사 측에 대응 방안을 물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GM의 미국 시장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한국GM이 판매한 차량 49만 9559대 가운데 대미 수출분이 41만 8782대다. 전체 해외 판매(47만 4735대) 기준으로 보면 미국 비중이 88.2%다. 2022년 한국GM이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도, 지난해 2017년 이후 7년 만에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 덕이었다.

문제는 높은 대미 의존도가 한국GM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 주력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로 가격에 민감하다. 트랙스는 미국 시장에서 최저 2만 400달러(약 2930만 원), 트레일블레이저는 2만 3100달러부터 판매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무역적자에 민감하다. 특히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적자 557억 달러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72.7%(405억 달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노동자 보호와 일자리 유출을 막기 위해 10~20%의 보편관세를 주요국에 적용하거나 자동차 수입 쿼터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다음 달부터 매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 대한 관세는 한국GM에도 적용돼 미국 기업인 GM의 손실로 이어지지만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기업의 해외 생산 시설의 유턴을 촉진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GM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미국 투자를 늘리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 거점에서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GM은 현재 한국 외에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수용 픽업트럭의 25%를 멕시코에서, 15%를 캐나다에서 생산한다.

시장에서는 보편관세가 GM의 한국 시장 철수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다. 한국GM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5.9% 급감한 2만 4824대에 그쳤다. GM은 지난해 부평공장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생산 결정을 철회했고 지난해 말에는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판매가 부진하면서 국내 공장에서 최소 생산라인만 운영하고 국내 영업 비용을 줄이는 등 한국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해외에서 잘 팔리는 차종만 생산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에서 언제든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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