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자율주행차의 연료입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데이터 확보를 위해 합종연횡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032640)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각자의 내비게이션을 하나로 통합해 1등 업체인 SK텔레콤을 따라잡는 동시에 주행 데이터 확보에 속도를 높여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차량의 이동 경로와 운전패턴 등 주행 데이터가 많을수록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20일 각사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KT내비’와 ‘유플러스 내비’를 통합한 ‘원내비’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원내비는 실시간 교통서비스 외에도 목적지 정보 등을 통합한 ‘교차로 안내’와 ‘음성 안내’ 기능을 탑재했다. 특히 복잡한 교차로에서는 사진이 아닌 동영상 기반으로 길 안내를 하고 음성 안내 또한 ‘100m 직진 후 우회전하세요’라는 표현이 아닌 ‘세종문화회관을 지나서 바로 우회전하세요’라는 직관적인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위치정보(GPS) 반응 속도도 높여 운전자가 경로를 이탈하더라도 GPS가 신속하게 위치를 경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내비게이션 중에는 SK텔레콤의 T맵이 월 이용자 1,063만명으로 가장 많고, 카카오내비가 430만명, KT내비 280만명, 유플러스 내비 80만명 등의 순이다. 경쟁사인 두 회사가 적과의 동침에 나선 것은 T맵을 따라잡는다는 목적 외에 자율주행차 서비스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닦겠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해 자율주행차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차가 고도화될수록 이통사에 쌓이는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인텔은 자율주행차 한 대당 하루 평균 4TB(TB=1,024GB)의 데이터가 쌓인다고 분석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통신사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특히 2020년 0.001초의 반응속도와 20Gbps의 속도를 제공하는 5G 네트워크가 상용화되는 상황에서 이통사가 관련 플랫폼만 선점하면 엄청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한발 앞선 카카오와 네이버도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PEF)로부터 수 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카카오 내비’, ‘카카오 택시’, ‘카카오 드라이버’ 등을 통해 쌓고 있는 데이터 가치와 활용도를 높게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카카오 택시의 기사 회원 수는 22만4,000명, 누적 가입자 수는 1,490만명, 누적 운행 완료 건수는 2억4,000만건에 달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쌓이는 데이터도 엄청나다.
글로벌 기업들도 데이터 확보를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세계 디지털 지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맵’을 서비스 중인 구글은 완성차 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구글은 지난 2005년부터 구글맵과 구글어스 서비스를 시작한 뒤 엄청난 량의 지도 데이터를 축적했고 구글카 주행데이터를 통한 구간별 빅데이터도 구축하는 중이다.
우버는 5억 달러를 투자해 자체 지도 서비스를 제작한 후 별도의 데이터를 구축해 구글맵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중국의 텐센트는 다임러, BMW, 폭스바겐 등이 공동 보유한 디지털 내비게이션 회사인 히어(HERE)의 지분 10%를 지난해 인수했고,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지도 개발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지도를 개발하는 등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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