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오는 2020년 1만원으로 오르면 기본급만 받는 중소업체보다 각종 수당이 많은 대기업 직원 연봉이 더 크게 뛰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합니다. 시급 증가분에 따라 기본급이 인상되면 이와 연동된 연장근로수당·정기상여금 등도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이지요. 정부가 이런 맹점에 대해 따져봤는지 모르겠어요.”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12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익은데다 과속”이라고 꼬집었다. 약자를 보호하는 듯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면서 면밀한 검토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무리하게 개입하다 보니 시장원리가 깨지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만 해도 고액연봉자 수혜 논란뿐이 아니다. 동등한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내국과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가 역전되는 부작용도 있다. 무엇보다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생을, 기업은 비정규직을 줄일 수밖에 없다. 서울 영등포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뛰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푸념했다.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대형 철강업체는 하청업체에 주는 외주용역비를 1,000억원이나 올렸다. 이 같은 이례적 인상폭은 하청업체의 임금 인상률을 두자릿수로 맞춘 결과다. 미담사례로 볼 수도 있지만 정부 지분 하나 없는 민간기업마저 ‘외주·하청업체의 정규직화’에 혈안이 된 정부에 부담감을 느끼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주당 근로시간 단축(현행 최장 68시간→52시간)은 제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부추기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가뜩이나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자동차·조선·가전 등 상당업종이 핀치로 몰리고 있어 더 그렇다. 이미 섬유업체 전방은 국내 6개 공장 중 일부를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 팔 비틀기 성격이 강한 카드 수수료 및 통신료 인하 추진도 서비스 질 저하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대기업 임원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규제혁파가 필요하다고 한 마당에 오히려 반(反)시장에 가까운 경제정책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훈·윤경환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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