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 측은 그룹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사모펀드(PEF)를 통한 유상증자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PEF에 참여할 투자자와 관련해서는 이제부터 모아야 한다며 사실상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업계 관행으로 봐도 PEF 투자자 명단 공개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산은은 PEF에 금호 계열사가 우회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남아 있고 FI에 환매청구권(풋백옵션) 조건 등을 제시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에도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1조원 마련 주장을 놓고 산은이 투자자 공개를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 지분매각을 놓고도 매수의향자 명단 공개 등을 두고 산은과 박 회장 측이 티격태격하고 있다. 채권단에서는 자구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수의향자의 면면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비밀유지확약서를 써줄 테니 명단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박 회장은 “자구안이 승인돼야 공개할 것”이라며 버티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자구안 중 유상증자와 중국 법인 지분매각 순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먼저 하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지분 20%를 확보해 사실상 금호타이어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고 중국 법인 지분매각을 먼저 추진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키울 수 있어서다.
한편 산은과 박 회장은 올 2월에도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실체를 놓고서도 비슷한 갈등을 보였다는 점에서 금호타이어 회생이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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