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공청회에서 한국산 세탁기를 세이프가드 적용범위에서 제외한 예비판정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오는 19일 구제조치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미국 소비자 이익에 침해된다”고 대응을 해도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이에 미국 통상 당국과 기업의 움직임을 사전에 간파하지 못한 정부의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삼성전자·LG전자·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관계자들은 1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세탁기 세이프가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산업부 담당 국장이 주재할 계획이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성천 통상차관보가 주재했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5일 세탁기의 급격한 수입 증가로 미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이 같은 산업피해 판정은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ITC는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4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피해 판정과 구제조치 권고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후 60일 내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민관은 한국 세탁기의 유통이 금지될 경우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세탁기 가격이 올라 미국 소비자에게 손해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가전 공장을 건설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점과 미국 내 생산되지 않는 프리미엄 제품 및 세탁기 부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의 부당성을 적극 주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해외 세탁기 생산기지가 있는 태국과 베트남 정부와 공조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부분을 태국·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출 중이며 LG전자는 태국·베트남에서 약 80%를, 나머지 20%를 창원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다만 미국이 최근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강력한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민관은 프리미엄 세탁기와 부품에 대해서는 세이프가드 적용이 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차선책을 강구하기로 했다./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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