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주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셀트리온(068270)의 발목을 잡고 나섰다. 현재 주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부정적인 전망의 보고서를 잇따라 쏟아내서다. 가뜩이나 모건스탠리가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물량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증권 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장 성장세에 베팅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셀트리온은 물론 바이오주 전체로 거품 논란이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18일 셀트리온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비중 축소’, 목표주가 ‘8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제니퍼 김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이어 24일과 25일에도 연이어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책정했다.
첫 보고서가 나온 18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장중 20만8,500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보고서의 영향 탓인지 하락세를 보였다. 19일 무려 8.80% 급락하며 17만5,200원으로 주저앉았고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27일 17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 연구원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시장 목표로 삼은 램시마의 시장점유율 목표치(2018년 30%)와 유럽의 트룩시마 시장점유율 목표치(2018년 50%)는 모두 비현실적”이라고 혹평했다.
램시마는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 복제약이고 트룩시마는 제약사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 복제약이다.
문제는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목표주가가 다른 증권사들이 바라보는 것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금융정보 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6일 기준 최근 3개월 동안 셀트리온에 대해 목표주가를 제시한 16개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은 17만9,063원이다. 모건스탠리와 달리 국내 증권사들은 오히려 최근 한 달 동안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높인 보고서를 10건이나 내놓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신영증권은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목표주가를 올렸다.
국내 증권사와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차이가 크다 보니 일부 소액주주들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합성이 아니냐’고 지적할 정도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모건스탠리가 보유한 공매도 물량에 의혹을 보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셀트리온 공매도 잔액이 상장 주식 수 대비 0.5% 이상인 ‘공매도 잔액 대량 보유자’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정적인 보고서로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실제로 주가가 떨어질 경우 이익을 거두려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첫 보고서가 나오기 전날인 17일 75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5일에도 647억원을 기록하는 등 셀트리온은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후에도 공매도 거래가 활발했다.
모건스탠리의 지적에 셀트리온은 램시마가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점유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를 늘려나간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과거 유럽에서도 한 자릿수 점유율에서 시작해 현재의 40% 이상에 이른 만큼 효능이 알려지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 미국에서도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램시마의 수출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램시마의 지난해 수출액은 6억3,569만달러(약 7,377억원)로 전년 대비 44.7% 늘었다. 셀트리온은 올 들어서도 3·4분기까지 전년대비 44%가 늘어난 5억1,463만달러어치의 바이오시밀러를 수출했다. 수출 제품의 대부분이 램시마다.
셀트리온은 특히 램시마 미국 판권을 가진 화이자가 레미케이드를 개발한 얀센의 모회사 존슨앤드존슨을 복제약 경쟁 방해 혐의로 제소한 것에 주목한다. 화이자가 소송을 할 만큼 램시마의 영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B가 램시마 관련 보고서를 낸 것은 그만큼 레미케이드의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이래저래 램시마의 존재감이 커지면 판로 확대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이지성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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