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보험 약관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005830))이 업계 최고 수준인 9%대 고금리 약관대출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대출은 해지시 지급되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잡고 있는 것이어서 고금리일 필요가 없지만, DB손해보험은 관행처럼 가산금리를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매겨 손쉽게 ‘이자장사’를 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의 가중평균 약관대출 금리(금리확정형 기준)는 7.31%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업계 최저 수준인 MG손보(5.07%)와 비교하면 무려 2.24%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게다가 DB손해보험은 전체 약관대출의 66.3%에 8~9.5%에 달하는 고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나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약관대출 규모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1조9,7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7,015억원)에 비해 1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 업계 전체의 평균 증가율(13.5%)을 웃도는 수치다. 손보 업계 약관대출은 지난해 7월 10조2,845억원에서 올해 7월 11조6,695억원으로 늘었다. DB손해보험의 약관대출 규모는 지난해 7월 삼성화재·현대해상에 이어 업계 3위 수준이었지만, 1년간 급격히 늘려 올해 7월 기준으로 현대해상(1조9,441억원)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약관대출을 급격히 늘린 것은 다른 손보사처럼 고객자산을 불릴 운용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손쉬운 고금리 약관대출에 의존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의 50~95%를 빌릴 수 있다. 보험사로서는 약관대출에 따른 부실리스크가 전혀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DB손해보험은 업계에서도 상식 밖이라고 할 정도의 고금리를 적용해 고객들을 상대로 땅짚고 헤엄치는 식의 금리장사를 해 온 것이다. 이는 김용덕 신임 손해보험협회장이 본지 통화에서 밝힌 철학과도 배치된다. 김 신임 회장은 “보험은 사적 영역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 그리고 재산 형성과 관련된 중요한 산업으로 공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며 “그런 (공적) 역할도 잘하면서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DB손해보험의 브레이크 없는 약관대출 영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약관대출은 은행 대출이 막히다시피 한 서민이나 저신용자가 최후의 보루로 찾는 상품인데 DB손해보험이 물불 안가리고 약관대출을 늘려 온 것은 고리로 서민을 힘들게 하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이 9%대의 고금리를 주고라도 약관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험사들이 너무 쉽게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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