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가장 주목할 부문은 인공지능(AI)이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AI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2년간 10배가 넘는 기록적인 주가 상승을 보인 엔비디아는 현재 AI의 상황을 이미 캐즘(기술산업 발전의 협곡)을 넘어섰다고 선언했다. 아마존의 사례를 보면 AI의 현황을 실감할 수 있다. AI스피커 시장을 개척한 아마존의 ‘에코’는 단순히 음악을 추천하는 엔터테인먼트 디바이스가 아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AI스피커의 실질 사용자는 3억5,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에코는 그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에코는 아마존 AI인 알렉사로 구현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기반한다. 에코에 출장지를 이야기하면 적절한 교통수단과 숙박을 예약하고 스케줄 관리를 해준다. 집 냉장고에 식료품이 떨어지면 에코는 고객의 구매패턴과 기호에 맞춰 신선식품을 주문하고 채워준다. 아마존의 표현대로 거추장스러운 인터페이스가 사라지고 많은 시간이 드는 검색을 사라지게 했고 복잡한 결제도 없어졌다. 아마존 에코로 구현되는 기술은 뉴스 일기예보부터 위에 열거한 서비스를 합해 올해 1만개를 넘어섰다. AI는 현실이다.
당장 현실로 들어온 AI 시대에 우리의 투자 기회를 살펴보자. 하드웨어적으로 AI를 구동하는 연산처리장치와 기억장치인 칩과 이들을 둘러싼 각종 전자소자들의 성장을 이미 경험했다.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이자 파트너다. 다음은 AI에 들어갈 데이터다. AI를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이 대부분 오픈 소스화되고 있다. 그러나 AI를 사업화하는 기업의 70%가 실패를 거듭한다. 첫째, 의미 있는 빅데이터를 확보하거나 수집할 플랫폼을 구현하지 못했고 둘째, 수집된 빅데이터가 의미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의 기회는 의미 있는 빅데이터를 확보했거나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하는 업체로 좁혀야 한다. 의미 있는 빅데이터는 무엇일까. 빅데이터 전문가 트리샤 왕은 빅데이터의 성공은 수집된 빅데이터가 ‘변화가 별로 없는 체계를 수량화시킨 것’일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전력망, 쉽게 변하지 않는 습성에 기반한 소비패턴, 배달물류, 유전자 등이 해당한다. 반면에 수많은 금융 상품시장의 가격데이터들은 말 그대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만큼 AI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 또 하나, 정량화된 빅데이터에 심층적 빅데이터가 반드시 첨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키아가 정량화된 빅데이터에 집착해 스마트폰 시대를 놓쳤다면, 심층데이터를 받아들여 사람들의 몰아보기 습성(바뀌지 않는 데이터)을 사업화에 이용한 넷플릭스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미 있는 빅데이터, 즉 비교적 가변적이지 않은 심층데이터를 축적해가는 기업이 어디인지를 살펴보면 AI 시대에 중요한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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