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입니다. 중소기업 정책도 과거의 공급 중심에서 시장을 창출해 민간의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15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린 ‘제6회 성장기업포럼’에서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따라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단기 성과 위주인 ‘공급 확대(supply-push)’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민간 수요가 확산될 수 있는 ‘수요 견인(demand pull)’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행복한 중소기업 만들려면’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한 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부족한 연구개발(R&D)과 기술인력 양성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중소기업들이 경쟁하며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오늘날 정책 당국자들이 직면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공공에서 중소 벤처기업들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대기업까지 참여한 구매조건부 기술 개발의 규모를 지금보다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며 “해외시장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진출을 꾀하거나 해외진출의 패키지 지원을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최장수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한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에 꾸준히 거론될 만큼 중소기업계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학자로 꼽힌다.
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렵게 시장이 형성되더라도 ‘게임의 룰’이 공정하지 못하면 시장은 도태되고 그 피해는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도 재벌 중심의 폐쇄적인 생태계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개방적 생태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일부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 부의 대물림을 하고 이를 묵인하는 대가로 노동권력이 생산성 향상 없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이 소비자와 하도급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청장 시절 인력이나 기술을 빼가 중소기업의 사업이 ‘현저히’ 곤란해진 경우를 위법한 것으로 봤던 것을 ‘상당히’ 곤란해진 경우까지로 확대하며 기술탈취 등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인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시장의 공정한 심판자로서 역할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결국 정부는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 과감한 사회개혁과 함께 기회형 창업을 활성화하고 기업들도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을 키워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상생협력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복한 중소기업 시대를 향한 정책 방향으로 △중소기업 성장을 통한 ‘괜찮은 일자리 확대’ △장기재직자 소득세 인하, 주택마련 지원 등 중소기업 보상수준 개선 △맞춤형 직무훈련을 통한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 △산업단지와 중소기업 밀집지역 정주여건 개선 △좋은 직장 만들기를 위한 중소기업의 자기혁신 등을 제시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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