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흥겹게 어깨춤을 추며 살던 저는, 제 바이크 라이프를 통틀어서도 한 획을 그을 법한 매우 특별한 바이크 투어를 다녀오게 됩니다.
바로 베트남 투어…!!!
아시다시피 베트남은 바이크 천국입니다. 전체 인구의 몇 %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수많은 인구가(;;) 바이크로 출퇴근하는, 바이크 없이는 못 사는 나라죠. 그만큼 도로 사정도 혼잡하기로 유명합니다. 호치민이나 하노이에 가 보신 분은 알 겁니다. 스쿠터 떼를 뚫고 길 한번 건너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런데 국내 베트남 전문 여행사가 운영하는 베트남 모터사이클 투어 상품이 있더군요. 이름하여 ‘랩터라이더스’.
왜 굳이 베트남에서?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알고 보니 여행사 대표님이 모터사이클 마니아더군요. 이처럼 덕업일치를 추구하고 계신 분이니 이미 믿음직하지 않습니까. 프로그램 자체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아직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산골로 투어를 가서 베트남의 장대한 자연을 감상하고 소수민족 공연도 구경하는 프로그램(자세한 내용은 랩터라이더스 홈페이지 클릭)이었거든요.
타게 되는 모델은 두카티 스크램블러62(식스티투). 400cc로 적당히 잘 치고 나가주고, 임도도 좀 달릴 수 있고, 무겁지도 않은(저에게는 그래도 좀 무겁긴 합니다 흑흑) 바이크입니다. 마침 저도 지난해 5월에 타본 적이 있었죠(시승기 클릭).
낯선 나라에서의 라이딩이니까 안전이 최우선이죠. 현지인 가이드님이 로드를, 여행사 대표님이 리어를 맡으실 거란 설명을 들었습니다. 요즘처럼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베트남에서의 바이크 놀음이라니…구미가 당겼습니다.
혼자 가면 재미없으니까 이제 파티원을 구할 차례! 일단 저의 바이크 라이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계신 동호회 회장님(대단하신 분, 궁금하면 두유바이크 만항재편 클릭)과 역시 같은 동호회 회원1, 그리고 자동차 담당할 적에 뵌 적 있었던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님이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게 되었죠. 이 분도 회장님과 마찬가지로 바이크 경력 30여년의 만렙 몬스터…아니, 고수십니다. 흠흠.
그렇게 파티원을 구성하고 마침내 출발했습니다. 일정은 4박 5일, 하노이에서 출발해 2~4일째에는 ‘하장’, ‘동반’ 등 중국 국경과 가까운 북부 지역을 노닐다가 다시 하노이로 돌아와 5일째 한국으로 돌아가는 코스였습니다. 예상 주행 거리는 총 700㎞. 하루에도 가능한 일정인데 3일간 이 정도면 껌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죠. 전혀 아니었어요.
여기까지 기나긴 서론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투어여서 자꾸만 말이 길어집니다.
첫날 저녁 하노이에 도착, 둘째날 아침 7시에 투어를 본격 개시했습니다. 호텔 간판의 빨간 불빛 아래 준비된 두카티 스크램블러62 요,,,요,,,요녀석들!! 참 아름다웠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이유는 하노이 시내의 출근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뜩이나 베트남에서의 주행도 처음인데 출근 행렬에 갇힐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행히 이른 아침의 시내는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곧바로 하장으로 가지 않고 하노이 중심가에서 가까운 호수 ‘서호’로 향했습니다. 만날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바로 ‘두카티 하노이’. 이름 그대로 하노이의 두카티 오너 동호회입니다.
그들과는 언어도 다릅니다. 하필이면 양쪽 모두, 낯선 사람들과 금세 친해지지 못하는 문화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모두 라이더라는 것.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종의 동지애가 싹트더군요. 위아더월드!!!
일찌감치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비옷을 걸치고 방수 안되는 짐은 비닐봉지로 동여맸더니 모양새는 좀 그래도 든든했습니다. 드디어 하장으로 출발합니다. 그 많은 두카티가 하나둘씩 시동을 켜고 그르렁대는 소리는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장까지는 300㎞. 딱히 신경 쓸 일이 없는 직선 도로가 대부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숙소에서 서호까지 오는 사이 스크램블러에도 익숙해졌고, 나름 마음이 편안했죠. 앞 사람을 따라가며 눈치껏 스쳐 지나가는 마을들과 도로 바깥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여유를 부렸던 걸까요. 아차 하는 사이 일행을 놓치고 미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뒤에서 오시던 회장님과 나윤석 칼럼니스트님이 한참 안 보이길래 갓길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드디어 지나가시는 걸 확인하고 서둘러 다시 시동을 켜고 쫓아갔는데요. 하필 바로 앞은 로터리였고 방금 전에 지나갔던 일행들은 네 방향 중 어디로 갔는지 당최 보이질 않습니다. 게다가 도로가 바이크 투성이라 알아보기도 어렵고….
저~앞에 눈에 익은 형광색 비옷이 보이길래 따라가 봅니다. 근데 아.니.넹^0^
제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동호회원1과 잠시 망연자실했습니다. 비 내리는 생면부지의 땅에서 길을 잃다뇨.
과연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런 어설픈 낚시질로 조회수를 늘릴 수 있는 걸까요??!!
다음 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씨유~~
※다음편 예고 - 가로등도 없는 어둠속의 헤어핀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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