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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기준없이 찬반 정한 국민연금 의결권

감사원 대대적 개선 요구





감사원이 28일 국민연금의 투자기업 의결권 행사 과정에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다며 대대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이 기업의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천명한 상태에서 감사원의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를 위한 외부의 개선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이날 국민연금 기금운용 및 경영관리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 합병 등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부 판단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기금운용위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의결권을 행사한 54건 중 19건은 합병비율의 적정성, 공시 이후 주가 반응 등 심도 있게 검토해 찬반을 결정했다. 그러나 나머지 35건은 이 같은 과정 없이 단순히 합병 목적과 방법, 일정만 보고 찬반을 판단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실제 깊이 있게 검토한 안건에서는 2건의 반대의견이 나왔지만 개요만 본 안건에서는 반대가 전혀 없었다. 또한 합병하겠다고 공시한 직후 한 기업의 주가는 시장 전체 주가보다 35.2% 떨어졌는데도 기금운용위는 이를 따지지 않고 찬성했다. 기금운용위가 합병 공시 후 주가 하락을 이유로 반대한 다른 기업의 사례와 대비된다.

사외이사나 감사 선임 과정에서도 뚜렷한 기준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금운용위는 같은 날 이뤄진 두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A기업의 후보자는 해당 기업과 법률자문을 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B기업의 후보자는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했는데도 찬성했다.



이사나 감사의 보수 한도를 정할 때도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기업에서 보수를 올릴 때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오히려 당기순이익이 하락한 기업이 보수를 올릴 때는 막지 않았다.

감사원은 기금운용위 운영 과정에서는 소관부처의 허술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직접 소관하는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위를 보좌하는 전문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기금운용위에 보고하지 않아 국민연금 투자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가 사실상 거수기가 되도록 방치했다.

심지어 복지부는 투자 관련 용역업체가 과실을 일으켜도 이를 기금운용위에 보고하지 않아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게 한 결과를 낳았다. 그 밖에 기금운용위의 당연직 위원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3년간 16번 열린 회의에 단 한 차례도 오지 않았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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