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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못 이기는 정부-최저임금 역풍] 취약층 일자리 직격탄...미용실 인력 줄이고 청소·경비원 줄해고

대형미용실 인건비 부담에 저녁 기술교육 엄두 못내

중기 채용 보류하고 설비 자동화...해외이전까지 고려

정부, 노동시장 수요·공급원리 외면에 부작용 속출

일자리 감소 방어비용으로 대규모 재정손실도 우려





대형 미용실 A사는 올 들어 매장에서 일을 도와주는 보조인력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보다 16.4%나 오른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 탓이다. 인건비 부담에 이들에게 저녁 시간에 해주던 특별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 A사 사장은 “감원을 하다 보니 보조인력들이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단순업무만 하고 있다”며 “큰 폭으로 뛴 최저임금 때문에 미용교육도 힘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발전기 제조기업 B사는 지난해 말 사무직 직원 2명을 내보냈다. B사 대표는 “음식점이나 소비재업은 가격 인상으로 마진율을 보전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소규모 제조업은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해도 단가를 올릴 수 없다”며 “생산성을 올리거나 원재료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른 지 일주일째인 7일 시민들이 셀프주유소에서 직접 주유하고 스스로 물건값을 결제하는 무인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렵다고 종업원을 해고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지만 이미 일자리 상황은 시장논리에 따라 변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을 통해 이를 억누르려고 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은 한두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업종·지역과 관계없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14년째 일식집을 운영해온 50대 C씨는 최근 가계를 접었다. 그는 “전체 매출의 30%가 직원 4명의 인건비로 지출되는데 건물 임대료보다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3년 동안 최저시급을 1만원까지 올린다면 버틸 식당이 없다”고 호소했다.

사라진 일자리는 본인이나 가족 고용으로 대체한다. 경기 부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D씨는 올 들어 알바생을 1명 줄였다. 전에는 밤까지 총 3명을 썼다. 하지만 인건비가 올라 오전2시부터 10시까지 쓰던 직원을 줄이고 자신이 근무하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 전국 기업회원 1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용주의 22.5%가 올해 아르바이트생을 10~20%가량 줄이겠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은 자동화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금속가공 업체 F사는 지난해 11월 2억원짜리 금속절단기계 2대를 추가 도입했다. 지난달 청소·경비인력 32명이 정년퇴임한 연세대는 이 중 27명의 자리를 하루 3시간 일하는 파트타임과 자동화 기계로 대체했다.

특히 경비원과 청소부 같은 사회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독약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구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 94명이 일괄 해고 통보를 받았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서울 지역 경비노동자 감원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3,000여명 가운데 5.9%가 감원 대상에 올랐다. 주요 대학들도 미화원을 단기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도 막히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2018 중소기업 경기전망·경제환경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계획이 없다(41.3%)’ 또는 ‘미정(40.6%)’이라고 답한 기업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액이 15조2,000억원가량이라고 추산했다. 섬유업체 E사처럼 해외이전을 고려하는 곳도 있다. 베트남은 주 6일 근무에 한 달 급여가 단순노동 기준으로 35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기업과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원리를 무시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최저임금 인상을 바탕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거꾸로 서민층의 일자리를 없애 이들의 소득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7로 전년보다 0.003 상승했다.

게다가 정부의 일자리 감소 방어용인 3조원 규모의 예산도 별다른 효과 없이 대규모 재정손실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올해 19조2,000억원의 일자리 예산과 3조원의 최저임금 지원으로 만드는 추가 일자리는 32만개로 지난해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을 줄이면 일자리는 급감하게 된다. 향후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춰 장기 인상 폭에 맞추더라도 그동안 지원된 예산 수조원은 허공에 날리게 된다. 반면 서비스업발전기본법은 대규모 재정 없이 최대 69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고용을 줄이지 말라는 것은 국민들에게 물가가 올라 살림이 어려워졌어도 소비 수준을 유지하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며 “최저임금 지원을 계속하면 정부부채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정·박윤선기자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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