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24일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은 행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산업 컨설팅이 설 연휴 이후 나오면 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지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성동조선에 투입되는 자금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며 “채권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이 살 수 있는지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 때문에 일부러 성동조선 처리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은 행장의 이날 발언은 오는 2월 중 컨설팅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전에라도 결론 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방선거 전 결론을 내리게 되면 실사 결과와는 반대로 생존에 무게를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실사 결과 청산 가치가 7,000억원으로 존속 가치 2,000억원보다 세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 원칙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은 행장은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합병 방안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며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은이 성동조선의 수주를 막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가 수주를 자제하자는 것이지 수주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매각이 불발된 대선조선에 대해서는 “가격을 깎더라도 (새 주인에게) 넘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수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려는 기획재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국민과 기업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데 지금의 형태가 맞을 것”이라며 “다음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이런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은은 현재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은 행장은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과 공연단 경비를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해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연구해 막상 일이 닥치면 적기에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은은 올해 총 60조원의 여신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 여신의 43%는 중소기업(16.7%)과 중견기업(26.7%)에 지원해 대기업 위주 여신을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은 행장은 “여신을 양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시장이 원하고 효과가 큰 사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수은은 또 올해 인도네시아·베트남·인도·우즈베키스탄 등 핵심전략국 8개국을 대상으로 우리 기업의 수주 확대를 지원하고 에너지신산업,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미래운송기기 등 신성장산업의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특히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자금 등을 수출 전(前) 단계에서 지원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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