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은 인구 6억4,000만명, 국내총생산(GDP)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시장인데다 평균 연령이 28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국가이다. 이미 이 지역의 가능성을 간파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세워 공략에 나섰고 일본도 지난 1977년 ‘후쿠다 독트린’으로 통칭되는 대동남아시아 정책을 표방하고 물량공세를 펼쳐왔다.
아세안과 함께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꼽히는 인도는 세계 2위의 인구 대국(12억6,000만명)이다. 출산을 통제하는 중국(13억명)에 비해 인구성장률이 높아 수년 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젊은이들의 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도 아세안과 유사하다. 미국·중국과 함께 ‘G3’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2,000억달러로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한·아세안 교역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양국 기업이나 국민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금융에 대한 수요도 커지게 된다. 이는 중국과의 교역 수준(2,100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아세안 진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계산에서다.
한 국내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아세안 국가는 인구가 많은데다 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로서는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신남방정책이라는 개념을 잘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세안 국가들이 교통·물류·에너지·수자원관리 등의 분야에서 회원국을 서로 연결하는 ‘연계성(connectivity)’을 강조하며 인프라 투자에 대거 나서는 점도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은 물론 금융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경우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주도했지만 여력이 부족한 아세안 국가들은 민간 금융 쪽과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출입은행은 인도네시아·베트남·인도 등을 핵심전략국으로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발굴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우리 기업의 수주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신남방국가 진출은 현지 국가에 한류 금융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윈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당 국가들도 반기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3P(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공동체구상’ 가운데 ‘번영’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의 기술·자본과 아세안의 노동력·자원이 보완적 경제구조를 이루도록 해 공동번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라울 헤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는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이 주한 아세안 국가 대상 초청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3P 공동체구상으로 향후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이 극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면서 “아세안은 한국 기업들에 해외진출의 교두보인 동시에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르난데사는 또 “양측 금융기관이 이를 실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