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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미·중 통상압박 거센데...'JY 인적네트워크' 아쉬운 삼성

■ 내달 5일 이재용 2심 선고

보아오포럼 등 해외 네트워크

JY 구속이후 전혀 활용못해

주요 의사결정 줄줄이 미뤄져

삼성 "보이지 않게 골병 들었다"

"JY 실형, 韓 경제에 파장올것"

해외매체 잇단 실형 반대칼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지난 2016년 12월14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테크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전경. /서울경제DB


지나보면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 있다. 삼성전자(005930)에는 지난 2016년 12월14일 뉴욕에서 열린 ‘테크 서밋’이 그랬다. 취임을 한 달 남짓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거두들을 불러 모았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기업인을 격려하고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팀 쿡(애플), 일론 머스크(테슬라),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래리 페이지(구글) 등 쟁쟁한 별들과 함께 초청받았다. 비미국인으로는 이 부회장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 특별 검사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탓이다. 이 부회장이 곧바로 초청 사실을 알리고 특검과 협의했지만 되레 족쇄를 채웠다. 이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1월20일) 초청장에도 이 부회장은 화답할 수 없었다. 최근 트럼프가 국내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 시점에서 복기해보면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만약 이 부회장이 테크 서밋과 취임식에서 연달아 트럼프를 대면했다면 세탁기의 운명은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트럼프의 잇따른 통상 공세로 한미동맹의 균열까지 언급되는 마당에 민간외교 채널로서 이 부회장 카드를 잃은 것은 국익차원에서도 이롭지 않다.



메모리 가격을 놓고 물밑에서 삐걱거리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이 부회장 부재의 그림자는 짙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물러나기까지 5년간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보아오 포럼’의 상임이사로 일했다. 이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내 실력자들과 교우해왔다. ‘통상 대전’의 거친 풍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고공 네트워크’라는 가장 확실한 비기(秘器)를 활용조차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데도 삼성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커지는 데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지체 외에도 이런저런 현실적 이유가 있다. 그만큼 월급쟁이 사장과 오너의 무게감은 다르다. 삼성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 부회장 부재 기간인 근 1년 동안 회사가 보이지 않게 골병이 들었다”며 “당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괜찮은 듯 보이지만 전문경영인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줄줄이 미루면서 이런 것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삼성의 온 신경은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이 부회장의 2심 선고일(2월5일)에 맞춰져 있다. 삼성뿐 아니라 재계, 더 나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을 실형에 처하는 것은 한국 정치·경제 전반에 파장을 남길 것(조지 앨런 전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 뉴스위크)” “1심 법원이 직접적 증거 없이 유죄를 내렸다는 점은 지적돼야 할 부분(가브리엘 지메네즈 로슈 네오마 비즈니스스쿨 교수, 프랑스 라트리뷘)” “국내 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의 불안정은 한국경제의 불안정이며, 중국과 일본은 이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맥스 보커스 미국 전 상원의원, 의회전문지 더힐 )” 등 최근 해외 매체 기고에서도 확인된다. 재계의 한 고위 임원은 “맹수가 된 일부 여론에 (법원이) 휘둘려서는 안된다”며 “썰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홀딱 벗고 수영했는지 역사가 엄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번 재판이 더는 우리 사회의 응혈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 부회장이 나올 경우 우리 재계도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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