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달 초에 비해 한 달 사이 0.2%포인트 가까이 올라가는 등 증가 속도도 가팔라 기존 대출자는 물론 신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최고금리 기준 5.03%를 기록해 지난 2013년 이후 5년 만에 5%대를 다시 돌파했다. 그 외 신한은행은 3.85~4.91%, KEB하나은행은 3.651~4.851%, 우리은행은 3.75~4.75% 등으로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4%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5%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가산금리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는데도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금리가 최근 상승하고 있어서다.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2일 기준 2.78%를 기록, 지난해 말(2.58%)과 비교해 0.2%포인트 올랐다. 특히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가 미국 및 국내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변동금리형(신규 취급액 기준 6개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의 여파로 최저금리는 연 3%대, 최고금리는 4%대 초중반까지 급격히 올라섬에 따라 빚내서 집 사기는 점차 부담스러워지게 됐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담보로 2억원을 대출했을 경우 0.3%포인트가 오르면 연간 부담이 60만원 늘어나게 된다. 그동안 저금리로 인해 금리 부담이 덜했던 달콤함은 사라지고 어느덧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총부채상환비율(DTI) 시행 등 전방위 가계대출 규제 압박으로 올해 들어 대출이 더 깐깐해지고 대출금리마저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금융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한 대출 축소가 시급하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이자비용은 가구당 308만원에서 364만원으로 늘고 3%포인트 오르면 476만원까지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은행도 시장금리 1%포인트 상승 시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약 9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126만가구가 부실위험에 노출돼 있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자기 부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다고 인식하고 스스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빨리 오르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취급액 기준 연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3.46%로 전년보다 0.32%포인트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예대금리차는 7년 만에 최대를 기록해 은행들만 실적잔치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고 이자상환 부담만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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